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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천의 특징을 가장 잘 알려주는 개념은 하상계수(河狀係數)로, 연중 유량이 가장 적을 때와 가장 많을 때의 비율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한강은 1 대 393, 낙동강은 1 대 372, 금강은 1 대 299인 데 반해 이집트의 나일강은 1 대 30, 중국의 양쯔강은 1 대 22, 독일의 라인강은 1 대 8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강의 하상계수가 유난히 크다. 그것은 시기별로 강수량의 격차가 심한 기후대에 속하고, 유역의 면적이 넓지 않고 산지가 많아 빗물이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상계수가 커서 발달한 우리나라의 하천 지형이 둔치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던 일본식 한자어인 고수부지(高水敷地)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물이 많이 흐르는 짧은 시기에만 잠겼다가 대부분의 시기에는 땅으로 드러나 있다. 지형이 험하고 좁은 계곡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둔치가 없는 하천은 없다. 만약 그런 하천이 있다면 홍수 때 엄청나게 불어난 물을 감당하지 못해 주변의 주거지와 농경지로 쏟아져 들어가 큰 피해를 준다.

농업국가였던 시절, 둔치는 늘 아까운 땅이었다. 홍수 때는 거친 물에 잠기는 곳이어서 농경지로 개발할 수 없었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둔치는 각종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는 더러운 곳이었다. 정화되지 않은 공장 폐수와 가정 하수의 고약한 냄새도 심하게 풍겼다. 프랑스 파리의 센강처럼 유람선과 강가의 도시 카페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은 어불성설이었다. 그야말로 골칫덩어리였다.

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강물에서 더 이상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둔치에는 다양하고 넓은 수변 공원과 자전거길, 산책로가 조성돼 수많은 도시민에게 건강과 휴식의 일상공간이 되었다. 둔치가 없었다면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땅값으로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했을 것 같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둔치는 복덩어리다. 우리만큼 하천의 넓은 둔치를 갖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으니, 신이 내려준 선물 아니겠는가?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