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린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 KB손해보험의 홈 경기를 알리는 전광판과 대한항공의 홈 경기장이라는 것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란히 배구팬을 맞이하고 있다. 오해원 기자

"오늘 6시 전에는 철수해야 합니다. 경기 풀세트라도 가면 큰일이에요"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경기는 갑작스레 불거진 경기장 안전 문제로 인해 급히 계양체육관으로 옮겨 열렸다. 원정팀은 물론, 홈 팀까지 사실상 원정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치른 이 경기는 KB손해보험이 3-0(26-24, 25-21, 25-22) 승리로 승점 3점을 고스란히 챙겼다.

KB손해보험은 말 그대로 임시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 계양체육관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셧 아웃 승리를 가져왔다.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은 4승 중 3승을 홈 경기장에서 수확했다. 이날도 KB손해보험의 주말 홈 경기 평균인 약 1500명과 큰 차이 없는 관중(1243명)이 계양체육관을 찾아 KB손해보험을 응원했다. KB손해보험은 의정부에서 인천을 왕복하는 원정 응원단 버스도 마련해 홈 경기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애를 썼다. 경기 후 황경민도 "이 곳(계양체육관이) 의정부인지, 인천인지 모르고 경기했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계양체육관을 불과 이틀만 사용할 수 있었다. 더는 사용할 수도 없었다. 계양체육관은 오는 3일 남자부 1위를 경쟁하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맞대결이 예정됐다. 이 때문에 2일부터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경기 전날 적응 훈련을 하는 등 경기 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다시 대한항공 홈 경기장으로 활용되어야 했다. 계양체육관이 KB손해보험의 임시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것은 경기 전날과 당일 이틀 뿐이었다. 하지만 정당한 돈을 내고 빌린 계양체육관도 경기를 마친 뒤에는 쫓기듯 철수해야 했다.

KB손해보험의 이날 계양체육관 퇴실 시간은 오후 6시. 경기 시작이 2시였으니 경기가 치열하게 전개돼 풀 세트라도 치르는 등 생각보다 길어진다면 머리가 복잡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전 만난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후 6시까지는 모든 짐을 빼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뤄지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더 써야 한다"면서 "지금도 의정부체육관을 대체할 경기장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가 열린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 본래 홈 팀인 대한항공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오해원 기자

퇴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짐만 풀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KB손해보험은 의정부체육관에 설치됐던 플래카드 중 선수단의 이름과 얼굴이 함께 담긴 플래카드 등 10개 안팎의 적은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계양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인 대한항공의 구단명과 로고가 담긴 대형 플래카드 등이 경기장 곳곳에 그대로 노출됐다. 언뜻 보면 코트 위에서 경기하는 두 팀이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이 아니라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KB손해보험의 계양체육관 사용은 단출했다.

KB손해보험의 ‘하루살이’와 같은 홈 경기는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KB손해보험은 경민대학교 체육관 등 연고지 의정부에서 활용 가능한 체육관을 최대한 활용해 임시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프로배구는 물론, 프로농구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경기 구리와 성남 등 체육관은 생활체육 대관 일정 등으로 이번 겨울 모두 일정이 가득 차 활용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 활용 가능성은 사실상 고민하지 않고 있다.

KB손해보험의 다음 홈 경기는 오는 14일이다. 3라운드 첫 홈 경기 일정이다. 현재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사용할 임시 경기장을 하루 빨리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OK저축은행의 홈 경기장인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을 14일 홈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안산시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3라운드 첫 경기를 오는 10일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르는 만큼 원정 경기 후 곧바로 홈 경기 체제로 활용할 수 있어 가장 조건이 좋다. 하지만 OK저축은행 역시 10일 홈 경기 후 13일 한국전력, 17일 우리카드를 차례로 안방에서 상대한다. KB손해보험의 상록수체육관 임대가 성사되더라도 이번 계양체육관 단기 임대보다 더욱 힘겨운 ‘셋방살이’일 수 밖에 없다.

인천=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