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키이우 ‘러 공습 대피‘ 28일 러시아군 공습 소식에 지하철역으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민들이 공습경보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토포기’ 부정적 우크라에
지휘부 참수·핵무기 언급 위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지명에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호응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영토 포기 등을 전제로 한 휴전안에 부정적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휘부 참수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28일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경험 많고 지적이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호평하며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하자 협상 무대에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를 전담할 켈로그 지명자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포기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무기 연기를 종전안으로 주장해왔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종전 조건으로 내세워온 핵심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내용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또 임기가 다 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 지원을 늘리고 범위도 확대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더 어렵게 하려는 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암살 기도에 관해선 “충격이었다”며 “내 생각엔 그는 지금도 안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해선 지도부 참수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의사 결정 기지에 대해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사용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의사 결정 기지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실이나 국방부나 군 지휘부 시설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제공을 제안할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의식한 듯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모든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 사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