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휴전이 발효된 27일 레바논 주민들이 승용차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주변 건물이 무너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헤즈볼라, 휴전합의 했지만
이, 국경 지대에 이동 금지령
“주둔지에 위장대원 접근 차단”

이스라엘 북부 출신 주민들도
충돌 재개 우려에 이동 꺼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 발효에 전투를 중단했지만 양측의 즉각적인 철군이 이뤄지지 않고 피란민들의 귀향은 늦어지는 등 휴전에도 양측 국경 지대는 ‘살얼음판’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합의 미이행 시 다시 발포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맹폭을 가하면서 ‘인질 복귀·하마스 격멸’이라는 기존의 가자전쟁 목표를 재확인했다.

27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차이 아드라이 대령은 이날 “28일 오전 7시(한국시간 28일 오후 2시)까지 레바논 피란민들이 (남부) 리타니강을 넘어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리타니강 이남에 있는 피란민들은 현재 위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의 본격적인 철군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 군 주둔지로 레바논 피란민들과 민간인으로 위장한 헤즈볼라 대원들이 접근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이 진행되는 60일 동안 합의 이행 상황을 살펴보면서 단계적 철군을 실시하며 합의 위반이 식별되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군 전투기가 레바논 상공에 머물면서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구축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군 주둔지로 접근하던 신원 미상자 4명을 체포했고, 심문 결과 이들이 헤즈볼라 대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레바논 남부 마을로 진입을 시도하는 피란민 행렬을 향해 경고 사격을 했고, 수 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고도 밝혔다.

13개월 전부터 시작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에 피란을 떠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 북부 출신 피란민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걱정에 귀향을 미루고 있다. 실제 헤즈볼라는 휴전 발효일인 27일 첫 입장문을 내고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고 방아쇠에 손을 계속 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아직 헤즈볼라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며 북부 학교들의 개학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에서의 휴전에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가자지구 휴전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헤즈볼라와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26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에 위치한 학교건물 등 수십 곳의 목표물을 폭격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벌어진 이번 폭격으로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구출, 하마스 격멸 등의 목표를 세우고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나선 것이어서 조속한 가자지구 휴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