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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클래식 불모지 美 대표 음악가
6세때 피아노교습 7세때 작곡
거장 토스카니니에게 인정받아
자신의 장례식 때도 울려퍼져

아다지오(Adagio)란 안단테와 라르고 사이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 또는 그 속도로 연주하는 곡이나 악장을 의미하는 음악 용어다. 아다지오란 제목의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런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새뮤얼 바버(1910∼19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중 한 명인 바버는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는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웨스트체스터에서 태어났다. 미국의 유명한 콘트랄토(가장 낮은 여성의 음역) 가수 루이즈 호머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6세 무렵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은 바버는 불과 1년 만에 작곡을 하기 시작했고, 14세가 되던 해엔 미국 필라델피아의 명문인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작곡과 성악, 지휘를 공부했다.

음악원을 졸업한 뒤인 1932년엔 서곡 ‘욕지거리 학교(The School of Scandal)’를 발표해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22세의 어린 나이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바버는 장학금을 받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교향곡 제1번’과 ‘현악 사중주 1번’을 작곡해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다.

이탈리아에 체류하던 시절 바버는 그의 친구이자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메노티(1911∼2007)와 함께 세기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 토스카니니(1867∼1957)를 방문한다. 바버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챈 토스카니니는 바버를 크게 격려해줬고, 더불어 새로운 작품까지 의뢰하게 된다. 하지만 바버는 그를 위한 새로운 악상을 구상하는 대신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정하는 곡 하나를 편곡하기로 결정한다.

바로 1936년 작곡한 ‘현악 사중주 1번’의 2악장, 느린 아다지오 악장이었다. 1937년 바버는 자신의 ‘현악 사중주 1번’의 3악장 중 2악장을 현악 합주용으로 편곡해 작품을 완성했고, ‘현을 위한 아다지오’란 제목을 붙여 토스카니니에게 보냈다. 그 이듬해인 1938년 토스카니니는 자신이 지휘하는 NBC 교향악단의 연주로 작품을 초연한 뒤 영국과 남미 순회공연에서도 연주를 이어나가며 작품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작품은 대성공을 거둬 가는 곳마다 흥행을 이끌어냈다. 1942년엔 미국의 유명 콘서트홀인 카네기홀에서 음반을 녹음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의 애잔하고도 비장한 선율은 당대에도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연주됐으며, 195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장례식과 1963년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에서 또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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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바버는 1937년 ‘관현악을 위한 에세이’를 작곡해 역시 당대의 지휘자 토스카니니에 의해 초연했다. 1944년 ‘교향곡 제2번’, 1955년 오페라 ‘바네사’, 1966년 오페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인 미국에서 그가 남겼던 공로로 1958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1959년엔 하버드대의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1981년 1월 생을 마감하고 치러진 장례식에선 그가 남긴 걸작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울려 퍼졌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1938년 작곡된 곡으로 영화 ‘플래툰’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하다. 몰토 아다지오의 매우 느린 단악장 작품으로 담담하고도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한다. 현악기들이 자아내는 애잔한 선율은 큰 진폭과 감정의 변화 없이 흐르지만 어느새 겹겹이 두껍게 쌓인 사운드는 중간부에 이르러 절정을 이뤄내고 다시금 서서히 침잠하며 평화롭고도 고요히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