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완기 특허청장이 26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지식재산 기반 역동경제 구현 전략 등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 김완기 특허청장 인터뷰

특허심사패키지 지원체계 구축
첨단분야 민간 퇴직자가 심사관
해외 재취업 의한 기술유출 차단

올 내국인 특허 100만건 돌파해
기업 산업재산권 200만건 목표

알테쉬 위조상품 모니터링 확대
특허청 요청땐 판매 게시물 삭제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김완기 특허청장은 취임 5개월 만인 이달 초 ‘지식재산 기반 역동경제 구현 전략’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기술패권경쟁,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이 글로벌 경쟁의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 속에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로 27년간 쌓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산업 육성 DNA’를 녹여낸 전략이다. 김 청장은 서울대 법대 은사인 고 박세일 교수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행정고시 국제통상직 1기로 공직을 출발했다. 지식재산수장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그에게 생산인구 감소시대에 세계 지식재산 5대 강국(IP5)의 위상을 유지·발전시킬 복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26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5개월이 지났는데 소회 및 산업부 재직 시와 차이점은.

“산업부가 산업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부처라면, 특허청은 지식재산을 활용해 기술선점 전략을 제시하는 등 밑그림을 채워나가는 부처다. 기관 간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미국 대선을 계기로 기술패권경쟁, 자국 우선주의 확산 경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은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최상의 무기다. 이 같은 인식과 5개월간 고민을 바탕으로 이달 5일 ‘지식재산 기반 역동경제 구현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기초로 정부 부처들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식재산 정책을 펼쳐,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겠다.”

―윤석열 정부 들어 특허심사지원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성과와 계획은.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지원을 위한 우선 특허심사패키지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첨단산업 분야 민간 퇴직자를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고 있다. 우리 기업에는 신속·정확한 심사 결과를 제공하고, 퇴직자의 해외 재취업에 의한 기술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분야 총 105명을 신규 채용했고, 내년 1월 바이오, 인공지능(AI), 첨단로봇 분야에서 60명을 채용하고, 우선 심사도 확대한다.”

―지난 8월 지식재산 금융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의미와 계획은?

“현 정부 출범 전 6조5000억 원이었는데 불과 2년 반 동안 절반 이상인 3조5000억 원이 늘었다. 10조 원 넘는 자금이 혁신기업에 공급돼 자금난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허와 상표를 동시에 보유한 기업의 자금조달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다. 특허를 통한 파이낸싱에서 투자자가 돈을 많이 버는 민간 주도 IP 금융시장 창출이 중요하다. 민간 IP 가치평가 시스템도 시장에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

―특허청의 대외 기술유출 방지 역할도 중요한데.

“지난 10월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특허 빅데이터 활용, 기술보호 법령 정비 등 선제 대응을 통해 첨단기술 방지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 세계 6억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술유출을 포착해 나가고, 특허청 소속 1400여 명의 심사·심판 전문가를 활용해 정보·수사 기관 대상 기술자문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각 지역 상공회의소와 지식재산센터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대상 기술보호 컨설팅을 신규 제공하겠다.”

―내국인 특허 보유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27년 산업재산권 200만 건을 목표로 세웠는데.

“올해 7월에 내국인 특허 보유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고, 이는 윤 정부 2년 반의 지식재산 분야 대표 성과 중 하나다. 우리 경제의 지식 축적과 기술 혁신의 성과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의 성장이론에 따르면 노동력·자본의 투입 외에 내부적 요인인 기술·지식이 축적되고 활용될수록 한계생산성이 개선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특허청은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를 강화해 2027년까지 국내 기업이 보유한 산업재산권을 200만 건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연구개발과 지식재산 역량을 유지할 방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위조상품 유통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위조상품 유통 방지 성과와 향후 계획은.

“특허청에서 해외 위조상품 판매 정보를 포착해 관세청에 제공해 해당 물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알리, 테무 등에 대한 AI 위조상품 모니터링 사업을 내년부터 현재 11개 브랜드에서 130개 브랜드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특허청이 요청하면 위조상품 판매 게시물을 삭제 조치하도록 알리 등과 협의를 완료했고 위조상품 판매 게시물 차단을 시행 중이다. 알리 등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 및 소명의무 부과, 불이행 시 과태료·언론공표 제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표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은 발명의 날 60주년이다. 추진단도 발족했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2025년은 발명의 날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친 데 이어 올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였던 피지배국이 지배국가를 뛰어넘는 인류 역사상 유일한 획기적 사례다. 그런 중요한 해에 발명의 날도 의미 있게 준비해야 한다. 특허청은 ‘베스트(Best) 60, 넥스트(Next) 60’으로 행사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발명과 기술 혁신 성과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순환과 완전함을 맞이할 다음 6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