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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몽재’의 차와 디저트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서울 서촌의 어느 저녁, 가을의 마무리를 짓는 듯한 작은 차 자리가 열려 다녀왔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서촌의 가을을 잠시 차분한 분위기로 만들어 준 조용한 다회는 보안여관 신관 4층의 ‘몽재’에서 이뤄졌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의 정화를 꿈꾸는 차실’이라는 소개로 몽재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1년에 4번의 계절에 따라 정기 차 자리를 진행하는데, 올해 가을의 이야기는 조금은 색다른 차와 디저트로 꾸려졌습니다.

몽재는 보통 4∼5인의 인원을 대상으로 차를 내려주며 차 과자를 곁들여 제공합니다. 일전에 프랑스 디저트와 페어링한 겨울의 차 자리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가을과 어울리는 차는 독특한 발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보안여관과 몽재의 최성우 대표가 차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찻잎을 따서 덖어서 만든 차의 과정에서 원물인 찻잎뿐 아니라 모든 식물로 그 카테고리를 넓힌다면?’이란 명제에서 이번 차회의 콘텐츠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4년 전부터 자연송이를 손질해 4일간 매일 2번씩 젓가락으로 뒤집어 가며 건조해서 만든 자연송이차나 고운 노란빛의 국화꽃을 우려 만든 국화차에 맛의 결을 덧입혀 호박차를 더해 보디감을 만들어 내는 세심한 고민과 달큰하고 따스한 대추차에 독특한 향을 지닌 제피를 연하게 덧입혀 만드는 차는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차는 최 대표와 이주영 대표가 내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독특한 향과 맛의 차에는 어떠한 차 과자가 어울렸을까요? 이번 가을 차 자리에는 특별히 ‘라뜰리에 이은’의 이은 파티시에가 맡아 협업했습니다. 프랑스 디저트와 요리를 전공한 이 파티시에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소량의 디저트를 주문 판매하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올가을 애플 카인드와 협업해 만든 애플파이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리에 들어서기 전 준비된 미온수에 손을 씻고 면수건에 물기를 닦아내며 차를 마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차 자리는 시작됩니다. 차가운 바깥바람에 식어버린 몸을 따스히 할 따스한 물을 한 잔 마시며 숨을 고르고 충북 괴산과 경남 밀양에서 구해 직접 말린 자연송이차를 맞이합니다. 여기에는 누룩 간장 지게미로 만든 빈 가지 튀일이 함께합니다. 송이버섯을 약간의 소금에 찍어 먹는 것처럼 풍성한 누룩 간장 지게미의 간이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두 번째로는 박성극 작가의 얇디얇은 흰 다기에 국화 한 송이와 둥근 머랭 속 히오레 크림이 채워져 등장합니다. 국화꽃차 자체로도 즐기는 향도 좋지만 호박차를 더해 맛의 무게를 채우니 히오레와 머랭의 단맛 레이어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세 번째 차는 홍삼가루를 격불하여 만든 흰거품차입니다. 여기엔 겨울에 주로 즐기는 향신료의 매력이 가득한 팽데피스가 나옵니다. 꿀이 담뿍 들어 구름 같은 흰 거품차에 맛의 당도를 더하는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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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는 제피 향을 머금은 대추차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 향이 달큰하고 가볍게 내린 대추차와 어우러지는 합이 이리도 좋다니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만남과 조합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일깨우게 된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겨울의 몽재도 기대가 됩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