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송파구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 전경. 롯데그룹

유통·화학 실적부진…“유동성 위기는 과도, 사실이 아니다”
“주식·부동산·가용예금만 109조원…내년 자산재평가땐 가치 확대”
주요 계열사들, 오는 26일 기업설명회…“시장 불안 완전히 해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는 지라시(정보지)가 확산하면서 지난 주 국내 증시에서 롯데그룹주가 출렁였다.

24일 유통·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지라시는 ‘사실 무근’이다. 해당 지라시에는 롯데그룹의 차입금은 39조 원이라고 돼 있지만 이는 11개 상장사의 올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인 데다가 매입채무와 미지급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비율은 더 낮은 수준이다.

전체 직원 50% 감원설도 낭설이다. 롯데그룹 직원은 국내 11만 명과 해외 4만6000명으로 총 15만6000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면 7만8천명을 감원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이 수 조 원대 적자’도 과장된 내용이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348억 원으로 집계됐다.‘다음 달 모라토리엄 선언 및 공중분해 위기설’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주식과 부동산 가치,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을 합치면 108조9천억원에 이른다”며 “유동성은 안정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롯데의 유통 군과 화학 군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불황에 빠진 결과란 분석이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5조5000여억원에서 지난해 14조5000여억원으로 줄었다. 유동부채는 2021년 8조9000여억원에서 지난해 10조900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만 해도 연결기준 1조5천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 7천여억원, 지난해 3천여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8500억 원이고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사채는 2조7500억 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도 아니다”라며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조1000억 원으로 양호하며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한 자산 매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며 투자 심리가 진정되고 있지만 의구심이 남은 듯 롯데그룹주의 매매는 소강상태다. 롯데그룹은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오는 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