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민방위대원들이 이스라엘 공습 현장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스라엘 무차별 공습에 현지 주민들 ‘절규’
"헤즈볼라 최고위 간부 노렸으나 건물에 없었다" 주장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새벽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하면서 피해를 본 현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4시쯤 베이루트 중심부 바스타 지역 8층 주거용 건물 등을 공격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인사를 살해하기 위해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하원의원인 아민 셰리는 해당 건물에 헤즈볼라의 지도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스라엘이 과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을 살해할 때 사용한 이른바 ‘벙커버스터’를 이번 공습에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9월 나스랄라 암살 당시 2000파운드(907㎏)급 BLU-109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LU-109는 2ｍ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뚫을 수 있는 초대형 폭탄이다.

새벽 시간대 기습 공습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현지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공습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알리 아사르(55)는 BBC에 "모든 창문과 유리가 나와 아내, 아이들 위쪽으로 떨어졌다"며 "정말 끔찍한 폭발이었다. 집이 전쟁터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헤즈볼라) 1명이 숨어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잠자고 있는 건물을 부숴야 하는 것이냐"며 "한 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인간도 아닌가"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표적이 된 건물 맞은편에 사는 사미르(60)는 AFP 통신에 "우리는 시체 2구가 땅바닥에 있는 것을 봤다"며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고, 그들의 엄마는 더 크게 울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스타 지역 외에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도 공습했다. 이 지역은 헤즈볼라의 본거지로 알려졌다.

레바논 동부 도시 발벡도 공습을 받아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국경지대 인근에서 교전을 이어왔다.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로 최소 3670명이 숨지고 최소 1만540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