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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너는 어둔 밤 어스름한 가로등불 밑 어지러이 얽히고설킨 검은 줄들 사이에 매달려 있다. 네가 보도블록 사이 한 평도 안 되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부터 익숙한 공간이긴 하다.

가로세로 1m도 채 안 되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무채색 블록 밑은 땅이라 살 만한 곳이라 생각했었지?

매해 굵어지는 몸통에 비해 네게 허락된 땅뙈기는 좁게 느꼈지만 그래도 뿌리내리고 잎 내놓으며 잘도 버텼다. 언제부턴가 너의 키가 자라 검은 줄이 머리 즈음에 닿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가 너를 옥죄고 그의 검은 세력이 너를 집어삼킬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어느 날 검은 줄은 늘어나고, 그 줄이 네 가슴팍을 간질일 때까지도 넌 몰랐다.

몇 해 지난 또 어느 날. 바구니가 매달린 사다리차를 탄 인부들이 네 가슴팍과 검은 선들과 하얀 물결무늬를 지닌 강선을 한꺼번에 묶어 버렸지. 그때까지도 넌 가슴팍인지 머리인지 모를 곳이 묶인 것을 체념하고 버텨내기만 했어.

그렇게 몇 해 지난 그 어느 날. 또다시 바구니가 매달린 사다리차가 네 곁으로 왔다. 이번엔 날카로운 굉음을 내는, 살을 찢어내는 거대한 톱날이 한 평이 채 안 되는 너의 땅과 너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게 효수(梟首)된 신세가 되었다.

■ 촬영노트

바닥에 비친 검은 그림자만 보고서는 그저 누군가 전선에 신발짝을 매달아 놓은 얄궂은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 나이테가 선명한 어른 허리 굵기만 한 가로수 한 토막이었다. 얽히고설킨 전선과 통신선의 지지선 사이에 끼인 나무였다. 선들을 묶었던 흔적을 그대로 둔 채 가로수의 위, 아래 둥치를 잘라내 버린 것이다. 새삼 인간의 배려 없음과 비정함을 느끼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