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시의 도시계획조례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기장군 명례리 산폐장 논란, 열흘간 시청 앞 집회
부산시 조례 개정 추진…주민들 “민의 훼손” 반발
“지역 의견 무시한 정책” vs “처리 시설 한계 도달”

부산=글·사진 이승륜 기자



부산시가 산업폐기물 처리장(산폐장) 설치와 관련된 도시계획시설 결정 권한을 회수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사업 최적지로 꼽히는 기장군과 지역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례 개정안이 부산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고, 조례 개정 시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부산시와 기장군에 따르면,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다음 날 오전 조례 개정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구청장·군수에게 위임돼 있던 폐기물처리시설 등 도시계획시설 결정권 및 사업시행자 지정 권한을 부산시로 회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정종복 기장군수와 주민들은 조례 개정으로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배제되고 의사결정권이 약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기장군 주민들은 민간사업자가 장안읍 명례리에 폐기물 224만㎥를 처리할 수 있는 산폐장 사업을 강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민간 사업자는 명례리 13만2231㎡ 부지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부산시에 제출했으며, 시는 적합 판정을 내려 관련 내용을 사업자에게 통보했다. 조례가 개정되면 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과 처리업 허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 상생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예정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열흘째 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시가 민간업자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한 주민은 “군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사업지 주변에 치유숲과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 했으나, 시는 민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기장 외에도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하다”며 “한 산폐장에서 막대한 수익이 생길 경우 다른 사업자도 허가를 요청할 것이다. 자칫 지역 전체가 산폐장으로 가득 찰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시의 도시계획조례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반면, 시는 강서구 산폐장의 잔여 용량이 부족해 추가 산폐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부산 유일의 민간 산폐장은 강서구에 위치하며, 처리 용량은 294만㎥이다. 이 시설은 부산과 인근 지역 공장의 폐기물을 매립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잔여 용량은 84만㎥에 불과하다. 기장군 명례산단에 조성될 군 자체 산폐장은 16만㎥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이 시설은 산단 내 폐기물만 처리한다.

이에 시는 조례 개정 후 접수될 신규 사업 신청서에 대해 법적 절차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민원을 이유로 사업을 반려할 수는 없다. 시 관계자는 “산폐장이 ‘님비 시설(주민혐오 시설)’이다보니, 구·군에서 관련 사업 허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시가 행정 결정을 주도하려는 것”이라며 “어차피 산폐장이 한 지역 너무 많이 생겨도 사업성이 떨어지므로 우후죽순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의 입장에 대해 기장군 주민들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종복 군수는 “조례 개정이 강행되면 기초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며 “협의 없는 폐기물 처리시설은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