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빛마중교실에서 열린 한국어 수업에서 강병진(왼쪽) 교사가 한 다문화 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다문화 교육, 환대의 장으로 - 서울시교육청 ‘한빛마중교실’

우르두어 통역사 초빙해 멘토링
한글 기초부터 체육·미술까지
다양한 수업으로 한국 적응 도와

올 서울 다문화학생 2만1282명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 등 통해
교육기회 보장 및 성장기반 제공

올해 초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자인(17)과 사이라(여·14) 남매는 지난 3월부터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다+온센터) 한빛마중교실에서 5개월간 한국어 집중수업을 받으며 한국에 겨우 뿌리를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한빛마중교실은 학교 입학 전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기관이다. 두 남매는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거주지 근처에 마땅한 한국어 교육기관이 없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파키스탄 대사관 요청으로 이들을 한빛마중교실로 데려와 한국어·체육·미술 등 수업을 듣도록 지원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파키스탄 출신 남매를 위해 이 나라 국어인 우르두어 통역사를 초빙해 남매는 물론 부모 상담도 함께 진행했다. 두 남매의 한국어 실력은 한빛마중교실을 수료한 7월에는 경복궁 견학 경험을 한국어로 발표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빛마중교실에서 만난 사이라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 급식도 제대로 못 먹었다”며 “학교에 바로 입학했으면 너무 힘들었을 텐데 이곳에서 한글 기초부터 배우며 한국 교육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인 역시 “한국어 수업만 들었으면 어려웠을 텐데 체육수업에서 파키스탄에서 자주 하던 배드민턴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선생님들과 경희대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자인·사이라 남매는 현재 컴퓨터 선생님,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서울 강남구의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다애다문화학교에 재학 중이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인·사이라 남매 같은 다문화 학생들의 입학 전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와 서울교대 등 3개소에서 한빛마중교실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직영인 한빛마중교실은 초등학생 10명, 중학생 10명 등 총 2개 학급, 20명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별로 382시간 교육을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입학 후 한국어를 가르치는 다문화 특별학급을 개설하거나 학교로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공부를 지원한다. 2025학년도부터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고교 다문화 학생을 위한 ‘서울형 한국어 예비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형 한국어 예비학교는 기존 학력이 인정되지 않았던 한빛마중교실을 제도적으로 보완했다. 상담·진로활동 등과 연계해 다문화학생이 재적 학교 복귀 뒤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다문화 학생 대상 한국어 교육 강화에 나선 것은 지난 10년간 서울지역 내 다문화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4년 서울지역 다문화 학생은 1만21명이었으나 올해는 2만1282명으로 10년 새 1만1261명 늘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서울지역 다문화 학생 중 중도입국 학생(국제결혼가정에서 출생 후 타국에서 성장하다 입국)과 외국인 학생(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국내출생 학생(국제결혼가정에서 출생 후 한국에서 성장)은 2020년 1만928명에서 올해 1만2318명으로 12.7% 늘었지만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은 같은 기간 7373명에서 8964명으로 21.6% 늘었다.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은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접한 국내출생 학생보다 학교 적응 및 문해력이 떨어져 학업·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심리·정서적 위기 학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빛마중교실은 부모를 따라 갑자기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게 된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사회로부터 환대받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어 반복수업만으로는 문해력 부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빛마중교실을 전담하는 박에스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음악·미술·체육수업을 결합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대학 및 역사 공간 견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학생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학생들의 한국식 교육시스템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이 중·고교 진학 후 문해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빛마중교실의 한국어 강사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 개개인에 맞춰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강병진 한빛마중교실 한국어 담당 교사는 “각 학생의 출신국마다 언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 한국어 예문 하나를 설명할 때도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려 한다”며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그림으로 설명해 반복 교육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 적응에 한국어는 필수도구인 만큼 이들을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학사 역시 “생활 한국어에서 학습 한국어, 취업 한국어로 넘어가는 과정이 참 어렵다”며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이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