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규제로 화웨이 장비공급 막혀
최소 2026년까지 기술 노후화
中 ‘기술자립’ 노력 물거품 분석

美의회기구 ‘뉴맨해튼 프로젝트’
中첨단산업 견제 강화방안 제시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미국의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인 화웨이(華爲)도 현재 주로 사용하는 7㎚(나노미터)급 반도체 기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가 미국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을 제안해 주목된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엔비디아를 따라잡겠다며 개발 중인 두 개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7㎚ 아키텍처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규제 조치로 인해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는 SMIC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조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 때문에 화웨이의 주요 칩은 최소 2026년까지 노후화된 기술에 갇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SMIC가 생산라인의 수율과 신뢰성 문제로 7㎚ 칩을 꾸준한 물량으로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화웨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충분한 스마트폰 프로세서와 인공지능(AI) 칩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는 이달 말 출시되는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될 프로세서 등 하드웨어 사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몇 년간 화웨이는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 노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적 지원에도 미국의 각종 규제로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ASML 등으로부터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이날 미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비롯해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32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에는 대중국 수출통제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소관 부처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인력을 확충하고 수출통제에 대한 양자 및 다자 차원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부처 간 노력을 조율할 고위당국자를 지정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감독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방자금을 수출통제 대상이나 중국군과 관련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법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위원회는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감독할 ‘대외투자 사무국’을 행정부에 설치해야 한다며 행정부에 커넥티드 차량 규정을 산업용 기계, 사물인터넷(IoT), 가전 및 중국 기업이 생산한 커넥티드 기기로 확대할 것을 권장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