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참의원 선거대비 추진 속도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정치 비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 참의원 선거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정치개혁본부 회의를 열고 정치자금법 재개정을 위한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정책활동비 폐지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처 공개를 할 수 없는 정책활동비는 법적으로 폐지하고 당의 지출 투명화를 추진한다고 명시됐다. 그간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향후 폐지’를 내세웠지만, 조기 폐지를 요구하는 야당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이 의원에게 지급하는) 정책활동비 폐지를 포함해 논의하도록 자민당에 지시했으며 국민에게 신뢰를 얻도록 조속히 결론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기밀이나 기업의 영업비밀 등의 활동으로 정책활동비를 사용할 때는 제3자 기관이 감시할 예정이다. 제3자 기관은 국회에 두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행정부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 기관을 국회에 둘 경우 정치활동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자금의 흐름을 점검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한편 외국인은 정치자금 모금행사인 파티 입장권(파티권)을 구매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 요미우리는 “외국인이 정치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이미 금지돼 있지만, 이번 개혁안을 통해 외국세력이 일본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다”고 짚었다. 이날 마련된 정치개혁안은 공명당을 비롯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야당과 논의를 거쳐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