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마저도 ‘입소 절차’ 까다로워
대부분 찜질방·고시원 등 전전

30대 남성 A 씨는 태어난 지 4주 된 딸을 두고 아이 엄마가 떠나면서 하루아침에 미혼부가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갓난아이를 홀로 키우던 A 씨는 월세가 6개월째 밀려 퇴거 조치를 당했다. 임시로 머물 만한 생활보호시설을 수소문했지만 ‘도움 줄 만한 시설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A 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다 현재 고시원 단칸방을 구해 생활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20대 응답자 5명 중 2명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미혼부·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늘어났지만 미혼부의 경우 전문복지시설이나 쉼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출생신고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리는 ‘위기 미혼부’들을 위한 시설 설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전국 한부모가족 시설(11월 기준) 121곳 중 부자(아버지와 자녀)가 생활 가능한 보호시설은 3곳뿐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부자 생활지원시설 3곳은 미혼부도 입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해당 시설에 미혼부들이 입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소재 B 시설은 “1년에 1∼2건 정도 미혼부의 문의 전화가 오지만 입소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DNA 친자검사를 통해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야만 자녀 출생신고가 가능한 미혼부의 경우 한부모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으면 미혼부 시설 입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출산 때부터 양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혼모와 달리 미혼부를 지원하는 전문복지시설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혼모 수는 1만9898명, 미혼부 수는 5366명으로 한 부모 가정 중 미혼부 가정이 21%에 달한다. 최근에는 여성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홀로 키우는 40대 저소득층 미혼부가 늘고 있어 지원이 더 절실하다. 미혼부 지원단체 ‘아빠의 품’의 김지환 대표는 “미혼부의 아기는 출생신고 완료 전까지 약 3개월∼1년가량 ‘유령 아기’로 지낸다”며 “자녀 양육부터 법률지원까지 미혼부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거점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