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가치관 삼는 2030 늘어
육류섭취 끊고 샴푸바 등 사용

“저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시민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하지연(25)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육류 섭취를 끊고 채식을 하고 있다. 하 씨는 20일 “2019년 극심한 폭염과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채식을 결심했다”며 “나 하나로 달라질까를 생각하기보다 나까지 환경 파괴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엠제코(MZ+ECO)’의 등장이다. 엠제코는 환경을 가치관으로 삼고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2030세대를 뜻한다. 최근 이상기후가 두드러지면서 하 씨처럼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2030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전 세계 44개국 2만2800여 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딜로이트 글로벌 2024 MZ세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최대 우려 사안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Z세대(1997년∼2010년대 초반생)의 62%,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59%가 기후변화를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환경보호에 나서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다. 직장인 김도윤(28) 씨도 2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후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채식을 시작했다”며 “영양소만 잘 구성하면 훌륭한 채식을 할 수 있어 지난 2년 동안 보다 건강해졌고 삶의 질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윤(25) 씨도 “채식뿐만 아니라 샴푸바, 고체치약 등을 쓰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최소화)’ 실천까지 하고 있다”며 “화학제품이 덜 들어간 친환경제품은 몸에도 좋아 꾸준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친환경 행동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요리사 김주원(26) 씨는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버려지는 식재료가 아까워 다회 용기를 챙겨다닌 지 몇 년 됐다”며 “식비를 아끼고 환경까지 보호한다고 생각되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이 건강과 경제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는 1석 2조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이점을 인지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