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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업종, 5165만원 가장 많아
외식 브랜드 64%가 별도 수취
본사횡포 대한 견제제도는 없어
美, 원·부자재 공동구매로 운영

협회 “차액가맹금, 계약서 명시”

외식업 프랜차이즈(가맹) 본사가 일선 가맹점에 필수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남기는 유통마진인 ‘차액가맹금’ 규모가 최근 2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가맹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은 본사가 사전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며 잇달아 집단 소송에 나서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일 문화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강준현(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치킨·피자·제과·커피·한식 등 주요 외식업 5개 업종의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규모는 2020년 1581만 원에서 2022년 3280만 원으로 106.4% 급증했다. 세부 업종별로 피자(5165만 원) 브랜드의 차액가맹금이 가장 컸고, 치킨(3509만 원)·제과(3439만 원)·커피(2310만 원)·한식(1978만 원)이 뒤를 이었다. 가맹점주들은 내수침체 장기화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본사가 사전 합의 없이 과도한 차액가맹금을 걷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치킨 브랜드 bhc와 SPC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 등 가맹점주들이 소송에 착수하거나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두 브랜드 점주들은 각각 200명, 500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데는 내수침체로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본사의 이익 편취를 견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의 경우 가맹점이 본사 상표나 상호를 사용하는 대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주기적으로 내는 ‘로열티’ 형태가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에선 로열티 외에 가맹 본사가 적정 도매가격보다 비싼 값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며 과도한 차액가맹금까지 수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프랜차이즈학회가 발간한 ‘가맹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외식 브랜드 422곳 중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는 곳은 269곳(64%)에 이르고, 로열티를 함께 받는 곳도 171곳(40.5%)에 달했다.

한국피자헛과 가맹점주들은 차액가맹금을 둘러싸고 골 깊은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피자헛 점주 94명은 “본사가 6%가량 고정수수료(로열티)를 부과하면서 이와 함께 차액가맹금까지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서 한국피자헛에 차액가맹금으로 얻은 부당 이득금 약 75억 원을 점주들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결론이 난 2심에선 반환금이 21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한국피자헛은 이달 초 법원에 회생절차와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이번 피자헛의 차액가맹금 판결이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문제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bhc 관계자는 “차액가맹금을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 사업 본산인 미국에선 전국 단위 가맹점주들이 협력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원·부자재나 판촉물, 포장재 등을 공동 구매하는 협동조합 형태가 자리 잡았다. 또 가맹점주들이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본사나 임원들의 이익도 상세히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불신과 갈등을 막기 위해선 미국처럼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맹사업법상 차액가맹금 정의는 ‘적정 도매가격을 뛰어넘는 대가’인데,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품목별로 구체적인 금액 산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 의원은 “차액가맹금이 정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돼 가맹점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잘못된 거래 관행을 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