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원 청사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장기간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을 호소했다.

2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양진수) 심리로 열린 A(여·42) 씨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전문기관에서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줄곧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고 있으며 범행 당시에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 및 심신상실·미약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옆에서 변호인의 이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의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의 정신감정 판단을 위해 한 기일 속행하겠다"며 이날 변론 종결을 미뤘다. A 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 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인 30대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이 낸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진 이후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B 씨와 5년간 사귀면서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고 수사 기관에서 진술했다. 그는 범행 당일에도 술을 마신 B 씨에게 얼굴과 가슴 등을 여러 차례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방화 이후에 현관을 나와 화재를 지켜본 이유가 무엇이냐?’는 수사관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라고 진술했다.

다음 재판은 12월 4일 열린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