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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2기, 재편되는 세계 질서
(4) 미·중 충돌 격화 <끝>

韓경제 직접적 타격 불가피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당선 확정 후 고위직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라인과 경제 라인의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중국 매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전조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글로벌 공급망 대중국 전략으로 취해 왔던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버리고 아예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회귀하려는 의지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지정학적·경제적으로 강하게 묶여 있는 한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美 대중국 전략, 디커플링으로 회귀하나 = 18일까지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발탁한 외교·안보 라인 투톱은 모두 반중 성향의 대중국 강경론자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의회 내 각종 중국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항상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표적 반중 의원으로 통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 역시 2021년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다”라고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을 중국 견제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무역 차르’로 1기 행정부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내며 대중국 관세를 설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발탁할 의사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전 각종 발언을 통해 고강도 압박을 예고했다. 전 세계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콕 집어 “60% 이상의 관세 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이 멕시코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에 전기차 등을 판매하려는 움직임에 “10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풍에 휘말리는 한국 경제 = 문제는 이 같은 대중 압박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모두와 경제·정치·문화적으로 강하게 엮인 한국으로서는 취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고 어떤 행보를 보이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나 거래 단절 등을 요구할 경우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기대는 한국으로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경제만 고려해 중국이 내민 손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글로벌·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지키고,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더 많이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한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금지 요청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재편 중인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면서 경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시 주석의 발언을 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