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버지니아급 잠수함. 미해군 제공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USS 버지니아호)이 노르웨이 해역에서 어부가 던져놓은 어망(대형 그물)에 걸리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NRK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어부 하랄드 엔겐(22)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어망에 USS 버지니아호 프로펠러가 걸려 2해리(약 3.7km)를 끌려갔다는 해안경비대의 호출을 받았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어부들은 당시 10m 길이의 어선인 ‘섬소년(Øygutt)’호를 몰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렌츠해와 노르웨이해가 만나는 해역에 나갔다. 이들은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올려 물고기를 배에 실은 후 그물을 던져놓고 솜마뢰이 해안으로 돌아가던 중 해안경비대의 호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겐은 "그물을 넘어 항해한 선박에 대해 들었지만, 잠수함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잠수함은 길이 115m, 무게 7800t의 USS 버지니아호로 노르웨이 트롬쇠 항구에서 출발해 북쪽 해역을 향하던 중이었다. 노르웨이 해안경비대 선박이 출동해 잠수함과 어망을 분리하는 작업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그물이 손상돼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부들이 처음 그물에서 건져 올린 대구와 가자미 등 어획물은 2만크로네(약 251만원)어치이며, 훼손된 그물의 가치는 그보다 높은 4만~5만크로네(500만~628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엔겐은 "그물은 해저에 가라앉았고 우리는 아마도 그물을 다신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6함대 대변인 피어슨 호킨스 중위는 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했다. 호킨스 중위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이 민간 장비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 비용 배상을 위한 청구 절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바렌츠해는 노르웨이 북부와 러시아가 접한 해역으로 러시아가 민감하게 여기는 전략적 요충지다. 군함이 이 해역에서 그물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11월에는 영국의 저인망 어선이 아일랜드 서쪽 아란 섬 해안에서 저인망 줄이 영국 해군의 트라팔가급 핵추진 잠수함에 걸려 좌초돼 침몰했다. 당시 선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최근 미국-노르웨이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해군 전략자산이 이 해역에 여러 차례 배치됐다. 지난 6월에는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 USS 테네시호와 순양함 USS 노르망디호가 러시아의 군사활동에 대응해 노르웨이 해역에 배치됐다. 노르웨이군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해리 S. 트루먼 항공모함 타격단과 합동 해군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도 이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