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한항공 비행기 모습.

대한항공, 2019년 성폭력 가해자 징계절차 없이 사직처리
1심은 징계 없는 사직 ‘위법하지 않다’…항소심에서 뒤집혀


직장 내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회사가 징계 없이 사직 처리한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대한항공 직원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무징계 사직 처리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A 씨는 2017년 7월 탑승 수속 과정에서 발생한 보안사고를 보고하기 위해 상사 B 씨를 대면하다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A 씨는 2019년 12월 이 사실을 회사에 알리면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조사하고 가해자를 징계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징계절차 없이 B 씨를 사직 처리했다.

A 씨는 2020년 7월 B 씨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피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지난해 7월 대한항공의 성범죄 피해 대응 조치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며 대한항공이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징계 조치를 하지 않고 B 씨를 사직 처리한 부분이 위법하다는 A 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B 씨를 징계 없이 면직한 것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 측이 일정한 방향으로 수습을 유도하려고 했던 부분이 인정된다"며 3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대한항공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