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20년… 실효성 논란 여전

수사공정성 제고·인권보호 목적
20년간 혈세 300억 투입됐지만
조사건수 대비 녹화 7.3% 불과

‘증거 미인정’… 법 개정도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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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피의자 강압 수사 가능성을 막고 수사 공정성과 인권 보호 등을 강화할 목적으로 마련된 영상녹화조사 제도가 도입 20년째를 맞았지만 증거 능력 미인정 등에 따른 일선 현장의 외면으로 이용이 꾸준히 줄어드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검찰 전체 조사 건수 대비 영상녹화 조사 비율은 2017년 16.3%, 2018년 11.4%, 2019년 10.7%로 점차 줄다가 2020년 5.9%로 급감한 뒤 쭉 한 자릿수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까지 영상녹화 조사 비율도 7.3%에 그쳤다. 전체 조사 10건당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셈이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검사 1인당 1년간 영상녹화 실적도 2019년 18.19건에서 2020년 5.95건으로 급감한 뒤 2021년 이후로는 4건대(2021년 4.17건, 2022년 4.71건, 2023년 4.27건)를 유지하고 있다.

영상녹화조사 활용 부진 문제는 이미 만성적으로 지적돼 온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상녹화조사 제도는 2004년 처음 시범 도입됐다. 이후 법무부는 영상녹화물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애썼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22년에는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배제돼 영상녹화조사 유인이 더 낮아졌다. 이 밖에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 제도 변화로 피의자 조사 건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한 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대면·소환조사 자체가 감소한 점 등도 영상녹화조사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법원이 영상녹화물을 법정에 제출해 사용할 경우 ‘비디오 재판’이 될 위험성이 있다며 공판중심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난색을 보이는 점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영상녹화조사의 실효성 논란에도 설비 마련 및 유지에 20년간 약 3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법무부는 내년 예산에도 영상녹화 장비를 구매하고 유지 관리·보수할 명목으로 5억4700만 원을 편성했다.

일선 검사들도 영상녹화조사 제도가 인권 친화적 수사환경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실제로 지난 4월 부산지검에서 마약범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 7명의 조사 전 과정을 녹화한 덕분에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피의자의 영장을 다시 청구해 구속 기소했던 사례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실제로 영상녹화를 해보면 조사 시간이 오히려 단축되고 신속하게 많은 양을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영상녹화물이 본증(법정에서 제출하는 증거)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형사소송법상 진술증거 전반의 증거능력 문제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