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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급자 신상공개’ 벌금 대신 구치소… 강민서 양육비해결 대표

“매달 20만원 선지급으로는
아이 키우는데 턱없이 부족
소송의 굴레서도 탈피 못해
선진국처럼 대지급제 시행을”

“국가가 1인당 월 20만 원을 먼저 주는 선지급제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려 벌금 납부가 아닌 구치소 노역을 선택했습니다.”

강민서(사진)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는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려 전날 공개 삭발을 한 뒤 공황장애 증세까지 생겼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초 전날 오후 5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었으나, 익명의 기부자가 벌금 중 일부를 대납해 일자가 조정되어 이날 오후 3시 수감된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인 강 대표는 지난 2018년 ‘배드 페어런츠’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대표는 벌금 납부 대신 오는 12일까지 노역장 유치를 하기로 했다.

강 대표는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도입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육비 최소 지급금이 30만 원 정도인데 선지급금 20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우기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선지급제가 시행되더라도 양육자들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양육비 소송을 벌여야 하니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만 원 선지급제는 한부모가정이 중·하위 계층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며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독립 법인이 됐으니, 정부 차원에서 양육비 지급을 사실상 전담하는 ‘대지급제’를 도입하고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육비 대지급제는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강력한 형사처벌을 통해 양육비를 회수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부분이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강 대표가 구치소행을 택하면서까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건, 그의 삶이 양육비 투쟁의 살아있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부터 이혼한 전 남편을 대상으로 23년간 29차례의 양육비 지급 소송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받은 건 270만 원이 전부였다. 그가 20여 년의 세월을 양육비 소송에 매달려 사는 동안 걸음마를 갓 떼었던 아들은 훌쩍 자라 26세 청년이 됐다. 소송에 매달리느라 아들의 성장 과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강 대표 가슴에 한으로 남아있다. 양육비 투쟁을 위해 구치소에 가는 엄마에게 성년이 된 아들은 뭐라고 말했을까. “우리 아들이 엄마가 범죄자처럼 삭발하고 뉴스에 나오니 충격받아 침묵 중이에요. 아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요. ‘엄마는 너를 사랑해서, 네가 자라면서 겪은 아픔을 다음 세대에 대물림하지 않으려 감옥에 간다’고요.”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