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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3주년 특집
윤 정부 '4+1 개혁' 중간점검 - <2-1> 연금

정부, 21년만에 ‘단일 개혁안’
보험료율 9% → 13% 인상 이어
세대별 차등 인상 등 담았지만
야권은 연금액 삭감 집중 비판

자동조정장치 정부 성향과 무관
OECD 38개국 중 24개국 도입

연금재정 고갈 위기가 가속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9월 21년 만에 국민연금 단일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여야 간 논의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국회가 다뤄야 할 개혁안이 제시됐지만 정치권은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세대·계층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민연금 제도 손질이 시급해졌고, 내년부터 선거 정국이 본격화하는 만큼 더는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연간 수조 원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무원·군인연금과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에 대한 구조개혁 요구도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정부부처 및 학계에 따르면 정부가 9월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다. 정부는 보험료와 받는 연금액을 모두 높이는 방안을 내놓고 인구구조에 따라 연금액과 수급연령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안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간 9%에 머물러 있다. 서둘러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면 현재 1036조 원에 달하는 연금기금은 2056년 바닥을 드러낸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개혁안(소득대체율 44%)으로는 2064년 연금재정이 모두 고갈되지만 이번 정부안을 채택할 경우 2072년으로 고갈시기가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정부안이 제시된 만큼 이제 여야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할 시기라는 입장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은 정부 손을 떠났고 이제 국회의 몫”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에 따른 연금액 삭감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연금액 인상률이 낮아지고, 노후불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삭감이라기보다는 인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자동조정장치는 언제, 어떤 수준으로 발동할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급여액을 자동 변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충분한 합의를 거쳐 개혁안이 확정되면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인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작동원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아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개혁이 규칙적으로 이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정권에 걸쳐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진영논리를 앞세워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여야가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은 데드라인까지 왔다”며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여야가 이견을 좁히기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더불어 차제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직역연금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더 심각한 재정 상태에 직면해 있다. 그해 거둔 보험료만으로는 그해 급여를 감당하지 못하는 만성적 적자구조에 돌입한 지 오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학연금을 제외하고 공무원·군인연금은 당기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졌는데 차액 규모 역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올해 기준 지출해야 할 급여액이 21조9458억 원으로 같은 기간 들어올 보험료 수입 14조5407억 원보다 7조4051억 원이나 많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역시 올해 부족한 액수가 각각 2조158억 원, 5992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아직 적립금이 남아있는 사학연금을 제외하고 올해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데만 두 연금을 합쳐 10조 원가량의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