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에 본사 실적도 부진
“특화 점포로 차별화 나설 것”

동네슈퍼를 대체하며 골목상권을 장악한 편의점이 마구잡이식 신규 출점으로 인한 과당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마다 차별화 전략 없이 일시적인 유행만 따라가는 ‘미투 전략’이 판을 치면서 소비자 발걸음 붙잡기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지역 편의점은 8612개로 전년 동기(8656개) 대비 44개가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7년 이후 첫 역성장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국내 편의점 점포 증가율은 각각 3.1%, 2.1%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과 8월 증가율이 각각 6.7%, 6.3%로 조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상반기 국내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2022년 대비 3.6%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 실적도 주춤한 상황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308억 원으로 전년 동기(1317억 원) 대비 역성장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088억 원으로 지난해(1151억 원)보다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이 각각 442억 원, 158억 원을 기록해 적자가 모두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편의점들의 실적 부진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와 함께 마구잡이식 출점 경쟁에 따른 시장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같은 브랜드 편의점은 기존 점포 250m 이내 신규 출점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기존 점포 동의를 얻으면 출점할 수 있기 때문에 본사가 점주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고 출점 동의를 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편의점들이 화제성에만 편승한 유사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어딜 가도 똑같다’는 인식을 갖게 된 점도 침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편의점들은 특화 점포를 통해 차별화와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GS25는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 시설 설치 점포를 400호점까지 확대하며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CU는 샐러드 특화 편의점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까지 100여 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화장품·패션 상품군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 ‘뉴웨이브 오리진’을 선보였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