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마다 반복되는 2차 가해… 유가족엔 ‘공감·연대’ 절실

■ 현장에서

지난 27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의 구술집 ‘참사는 골목에서 머물지 않는다’의 북토크가 서울 중구 별들의집에서 열렸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꾹 참아내며 책을 낭독한 고 강가희 씨 어머니 이숙자(55) 씨는 “안 좋게 얘기하는 댓글을 볼까 싶어 기사도 보지 않고 첫 6개월을 홀로 고통 속에 고립돼 있었다”고 말했다. 고 유연주 씨의 아버지 유형우(54) 씨도 “참사 당시 이렇게 잊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언론에도 알리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2차 가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을 살게 한 것은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였다.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 씨 어머니 김남희(50) 씨는 “추운 겨울인데도 아기 손을 잡고 와서 분향하는 분들, 묵묵히 봉사해주는 학생들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며 “그분들이 건네준 위로로 지난 2년을 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증언처럼 참사는 골목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무심코 던진 말과 ‘댓글’로 더 깊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의 삶이 끊어지기도 했다. 핼러윈 참사 43일 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이재현(16) 군은 생전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댓글로 ‘노는 학생이 아니라 피해자’라며 맞서 싸웠지만, 그 공간에서조차 “어차피 그럴 운명이었다. 철없이 그렇게 다니지 말라” “피해자가 아니라 놀다가 다친 사람”이라는 댓글이 그를 공격했다. 문화일보가 핼러윈 참사 희생자·유족들에 대한 ‘모욕 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3명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회사원, 강사, 학생 등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참사 때마다 2차 가해는 반복되고 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 유족들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피켓 시위를 지켜봐야 했다.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들에게는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다.

우리 사회는 아직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더 많은 ‘듣는 귀’와 ‘내밀어 주는 손’이 더 많이 필요하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