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찰스 3세(앞줄 오른쪽) 영국 국왕이 25일(현지시간)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에서 연셜하고 있다. AP 뉴시스

사모아 영연방정상회의 폐막…찰스 3세, ‘직접 사과’는 안해


영연방을 구성하는 56개 국이 과거 노예무역에 대한 보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요구했다. 영국도 과거 식민지 시절의 잘못에 대한 배상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은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CHOGM)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연방정상회의는 2년에 한 번 열리며, 지난 21일 개막했다.

영국 정부는 찰스 3세 국왕 즉위 뒤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를 앞두고 영국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나 배상을 의제에 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25일 회의에 참석한 찰스 3세도 연설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언급하면서도 노예 무역 등 식민 지배 시절의 잘못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의 참가자들은 찰스 3세와 영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논의를 거듭해 노예 무역에 대해 의미있고 진실된 대화를 할 때가 됐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노예 무역에 대한 보상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킹슬리 애버트 런던대 영연방학연구소장은 "(노예 무역에 관한) 배상적 정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영연방 구성국들이) 합의한 것은 대화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연방 구성국 대부분은 과거 영국 식민 지배를 받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노예 무역의 상처를 안고 있다. 4세기에 걸쳐 이뤄진 노예무역에 1000만∼1500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태평양에 있는 영연방 구성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노예 무역에 대한 재정적 보상이나 적어도 정치적 차원의 배상을 해주길 요구해 왔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