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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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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생각한다. ‘나이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늘 딴판이어서, 어른 되기는 쉽지 않다. 하긴 어른이 다 옳은 것도(혹은 좋은 것도) 아니니, 잊고 살려 애쓴다. 그런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핀 책이 있으니, 스위스의 심리학자 베레나 카스트의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가 그것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여러 측면에서 바닥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먼저 권한다. 그래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유연성은 “현재 상황에 적응하고 자신에게 닥치는 일에 대처하며, 삶의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형태를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 들수록 고집은 더 세지고, 완고해진다. 몸과 마음의 쇠퇴로 소심해지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의식적인 유연성”인데, “약점과 부족함을 참작하고 완벽주의와는 거리를 두며, 필요한 경우 양보하고 넘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확실하게 더 탄탄한 발걸음을 찾도록” 도와준다.

젊다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없을까만, 나이가 들면 그 감정이 사무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아니 그런 감정들이 생소할 때도 많다. 이를테면, 어떤 일을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이 그렇다. 젊은 세대도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 더더욱 “사회 정서상 두려움을 갖거나 본인의 두려움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숨기면 뭐든 더 큰일로 돌아온다. 그러니 “창피함을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주변 사람과 공유하면서 나이 드는 일의 부정적인 모습을 하나둘 극복해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유머가 늘고, 주변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기쁨과 설렘도 커진다. 나이 든다는 것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는 지혜로부터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극복해야 할 것도 많고 받아들여야 할 일도 많지만, 저자는 “더 좋아지는 것들”도 분명 많다고 강조한다. 그중 하나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왕성해질 수 있다. 저자는 상상력이 “우리 마음이 지닌 자산”이라면서 “백일몽, 즉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공상”을 자주 할수록 더 풍성한 행복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경험에 대한 기억과 희망과 기대를 담은 상상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즉 나이 들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가장 큰 선물이다. 지금 나이 들고 있다는 자각이 밀려든다면, 또한 진정한 어른이 되기를 원한다면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를 잠시 곁에 두어도 좋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