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8일 경북 상주시 지천동에 있는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에서 관광객들이 배승열(오른쪽)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분재를 배우고 있다. 윤성호 기자

■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8) 경북 상주의 분재체험

소나무 묘목 통해 심신의 안정
탄소중립 트렌드 속 MZ도 관심

힐링황토방서 시원하게 땀빼고
명품고택에서 고즈넉한 하룻밤
‘상주와락’으로 스트레스 훌훌

상주=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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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쌀·누에·곶감으로 유명해 ‘삼백(三白)’의 도시로 불리는 경북 상주시로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상주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수놓은 경관 속에서 분재(盆栽)를 가꾸고, 역사와 전통을 향유하며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0도 안팎의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지난달 28일. 경북 상주시 지천동에 자리한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에서 관광객들은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준다’는 소나무인 해송(海松)의 분을 갈아주고 있었다. 치유와 교육을 중심으로 한 분재체험농장인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은 평생 반려식물이 될 소나무 분재와 교감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덕분에 관광객들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분재는 중장년층의 여가생활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탄소 중립과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줄이기)’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높아지면서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은 뒤 줄기와 가지를 가꾸는 분재가 청년층에게도 주목받는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에서는 초보자라도 상주토박이인 배승열(61) 대표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손쉽게 분갈이를 포함해 분재 작업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배 대표는 분재를 ‘나무가 헌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 가는 것’에 비유하며, 관광객들을 리드했다. 배 대표의 시범에 맞춰 서울과 경북 구미시 등에서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을 찾은 관광객들은 ‘재배분’에 담긴 4년생 해송을 조심스레 덜어내 ‘감상분’으로 옮겼다. 4년생 소나무가 새로운 화분에서 올곧게 크기 위해선 뿌리를 잘 보존해 심어줘야 한다. 관광객들은 소나무 뿌리에 딱딱하게 달라붙은 흙과 잔뿌리 등은 가위로 긁어내고, 기존 화분에 담긴 흙을 30% 정도 덜어낸 뒤 감상분에 함께 담았다. 감상분에 옮길 때는 나무의 줄기를 중심으로 놓고, 정면에서 봤을 때 좌우 가지가 양팔로 끌어안는 모양새로 담아주면 된다.

그다음으로 관광객들은 막대기에 철사를 감아서 소나무를 감상분에 단단히 고정했다. 입자가 굵어 배수를 원활히 하는 마사토와 소나무의 보습을 담당할 적옥토를 섞어서 부어주면 분재 작업의 9분 능선을 넘게 된다. 마사토와 적옥토가 적절히 배합된 흙 위에다 핀셋으로 천연이끼를 뜯어서 올려주는 과정을 끝으로, 이날의 분재 체험은 마무리됐다.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로 꾹꾹 눌러서 심어야 분재에 물을 줬을 때 천연이끼가 일어나지 않는다. 봄가을은 이틀에 한 번, 광합성이 활발한 여름엔 매일, 겨울은 1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분재에 물을 주면 소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배수가 잘되지 않을 경우 분갈이를 해주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4∼5년에 한 번씩 분갈이 주기가 도래한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이곳을 찾은 유경옥(여·67)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분재를 해봤는데 소나무를 덮은 이끼가 마치 아기의 솜털 같다”면서 “이 나이에 예쁜 자식 한 명이 더 생겨서 키우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날 힐링팜 보리뜰분재원에서 열린 분재체험은 상주지역 농촌관광 브랜드인 ‘상주와락(樂)’의 관광프로그램 중 하나다. 상주와락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지역경제에 활력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관광공모사업(농촌애올래)의 일환으로, 상주와락을 총괄하는 로컬여행사인 ‘상주와락협동조합’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장인 상주시의 매력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분재체험 외에도 상주와락은 명품고택과 ‘힐링황토방’에서 쉴 수 있는 ‘상주와잠’과 경천섬과 백화산말목장 등 수려한 절경을 볼 수 있는 ‘상주와멋’ 등 다채로운 관광프로그램으로, 전국 각지에서 상주시를 찾는 여행객들의 오감을 사로잡고 있다. 배승열 대표는 “삼백의 고장인 상주에는 600∼700년생인 노거수(老巨樹)가 많고, 속리산국립공원에 있는 문장대를 포함해 관광자원이 매우 풍부하다”면서 “일일 또는 일주일 코스부터 한 달 살아보기 등 다양한 여행상품으로 많은 분이 상주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분재체험을 마친 관광객들은 ‘승곡체험휴양마을’에 있는 ‘하늘안카페’로 이동해 카페 주인인 윤기원(71)·장미숙(여·66) 부부가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랜 다음,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인생사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미시에서 함께 왔다는 이미정(55)·이해정(52)·정연희(50·이상 여) 씨는 “분재체험을 하면서 소나무를 가꾸는 데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고, 앞으로 사랑을 쏟아 소나무를 키울 생각”이라면서 “상주시는 관광자원과 맛집이 많은 덕분에 일상 속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최적의 고장”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