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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모음곡’

바로크 음악 연주형태 협주곡
독주 악기·협주 악기로 나눠
입체적 사운드 일으키는 효과
성악 포함 시켜 옛 정취 배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경, 유럽 음악계에는 새로운 음악 사조인 신고전주의 음악이 등장한다. 당시 신고전주의 음악가들은 19세기 전반에 걸쳐 성행했던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인 주관적 정서의 과도한 표출에 반발했다. 이들은 감정의 과잉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의 모호성마저 배격하며 다시금 고전주의 음악의 균형과 조화, 객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고전주의 음악의 포문을 연 작품이 바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풀치넬라’다.

1919년 어느 날, 발레 뤼스의 창설자인 세르게이 댜길레프(1872∼1929)는 스트라빈스키에게 새로운 공연을 위한 작품을 의뢰한다. 내용인즉슨 자신이 전쟁의 상흔으로 시민들을 위해 코메디아 델라르테(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성행한 즉흥극)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인데, 그에 꼭 맞는 발레 음악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손수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18세기의 작곡가인 조반니 페르골레시(1710∼1736), 도메니코 갈로(1730∼생몰년 미상)의 악보 뭉치를 건네주며 반드시 이를 토대로 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스트라빈스키는 내키지 않았다. 새로운 작품의 창작도 아닌 기존의 작품들을 토대로 한 개작, 편곡과도 다름없는 작품 의뢰가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댜길레프의 끈질긴 구애와 제작에 함께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발레의 시나리오와 안무에는 전설적인 안무가 레오니트 마신(1896∼1979)이, 무대와 의상은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맡기로 한 것이다.

곧장 작업에 착수한 스트라빈스키는 댜길레프가 건네준 여러 악보 중 오페라 ‘연애하는 수도사, 1732’와 ‘일 플라미나오, 1835’, 그리고 몇 개의 기악곡들을 발췌해 작곡의 소재로 삼았다. 스트라빈스키는 신고전주의란 말처럼 이 작품에서 과거 고전주의 음악과 현대의 미래지향적 음악을 더하는 시도를 했다.

우선 고전적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스트라빈스키는 작품에 바로크음악 연주의 특징인 합주 협주곡 형태를 적용했다. 현악기군에는 독주 악기군인 콘체르티노(독주그룹)와 합주 악기군인 리피에노(합주그룹)로 나눠서 고전적 뉘앙스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사운드를 일으키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한편 발레 음악임에도 성악(독창자)을 포함시켜 옛 음악의 정취를 한층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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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는 댜길레프의 요청대로 개작을 했지만, 그것은 편곡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원작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되 작품을 새로운 악곡의 형태로 바꾸거나 미세한 화성의 변화를 줌으로써 원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신고전주의 경향을 띠는 첫 번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후배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모음곡>

1920년 21막으로 구성된 발레 ‘풀치넬라’가 초연된 후 다양한 버전의 모음곡으로 편곡됐다. 그중 1934년 바이올리니스트 새뮤얼 더슈킨(1891∼1976)과 함께 편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인 ‘이탈리아 모음곡’이 가장 유명하다. 이때 ‘풀치넬라’란 제목은 빠지고 ‘이탈리아 모음곡’으로 개작됐다. 작품은 전체 6악장으로 1.서곡, 2.세레나데, 3.타란텔라, 4.가보트와 변주곡, 5.스케르초, 6.미뉴에트와 파이널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