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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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측과 고려아연이 한 달 넘게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책임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이른바 6조 원대 ‘쩐의 전쟁’에서 주주총회 의결권 다툼이라는 ‘표 전쟁’ 양상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참전 여부는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MBK 측이 진행한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에 활용한 6호 블라인드펀드에 국민연금이 3000억 원을 출자한 주요 출자자(LP)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 세금으로 마련돼 ‘공공성’이 큰 국민연금 자금으로 투기 성향이 강한 사모펀드를 지원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민연금은 MBK 측에 6호 펀드에 투입한 자금 중 국민연금의 돈은 빼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MBK 측은 “국민연금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지분 총 38.47%를 확보하며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연금이 영풍·MBK 측 공개매수에 얼마나 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 응했거나, 이달 23일까지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할 경우에는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이번에 정리한다면 결과적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사모펀드 측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지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양측에서 진행한 주식공개매수에 참여했거나 향후 응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국가기간산업의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은 기간산업 기술로 매우 중요하므로 산업 전략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이 MBK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MBK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민연금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공익적 책무를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지영 산업부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