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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1·2차전 삼성 불펜 활약
150㎞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
승부처에서 LG 오스틴 제압

대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경기마다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투수의 등판이 잦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중간 투수들은 승부의 키를 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우완 불펜투수 김윤수(25·사진)는 올가을 깜짝 히트작으로 꼽을 수 있다. 김윤수가 LG와의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신 스틸러(scene stealer)’급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

김윤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1∼2차전, 2경기에 등판해 2홀드에 평균자책점 0을 유지 중이다. 13일 열린 1차전에서 7-4로 쫓기던 7회 초 2사 1, 2루 오스틴 딘 타석에서 긴급 투입됐다. 그런데 교체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삼성 벤치는 불펜에 설치된 전화로 김윤수에게 등판을 통보했다. 그러나 관중들의 큰 함성에 묻혀 전달이 잘되지 않았고, 이에 선배 투수 김태훈이 전달 내용을 확인해 김윤수의 멱살을 잡아 불펜 밖으로 끄집어냈다. 이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움짤(움직이는 GIF 파일)’로 만들어져 큰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깜짝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윤수는 곧바로 놀라운 구위로 야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로 상대 중심타자 오스틴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당시 1차전의 승부처였다. 15일 열린 2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6-1로 앞선 7회 초 2사 만루에서 긴급 호출된 김윤수는 또다시 만난 오스틴을 유격수 앞 땅볼로 요리했다. 1차전과 같은 시속 152㎞짜리 직구가 이번에도 통했다.

김윤수는 전역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예비역’이다. 김윤수는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올해 7월 전역했다. 그런데 전역 후 1군 4경기에선 5.1이닝 6안타 6실점, 평균자책점 10.13으로 고전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출전을 장담하지 못할 처지였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윤수가 가진 150㎞ 초반대의 힘 있는 직구와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을 주목했다.

김윤수는 올가을 무대에선 기막힌 ‘반전 스토리’를 썼다. 박 감독은 “선수 본인이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구위를 믿고 내보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김윤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윤수는 “부족한 제구력을 보완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이제 타이트한 경기도 문제없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