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건 늘어 올 2만357건
경찰 사건처리 속도 늦어진 탓

검찰이 3개월 넘게 처분하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이 5년 전에 비해 2.71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기점으로 장기미제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3개월 초과 검찰 장기미제 사건은 2만357건으로 2019년 7503건에 비해 1만2854건 증가했다. 검찰의 장기미제 현황은 2020년 1만1008건, 2021년 4426건, 2022년 9268건, 2023년 1만4421건으로 집계됐다. 장기미제사건이 유일하게 감소한 건 2021년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됐던 해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이 적어서 발생한 수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다.

경찰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 전후로 사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6개월을 초과한 범죄 사건 처리 건수는 2020년 10만6316건에서 지난해 16만879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발표한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올해 1∼5월 기준 59.1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가장 짧은 시간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수사권 조정 시행 전인 2020년(55.6일)에 비해 3.5일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검경의 장기미제 사건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수사권 조정이 지목된다. 검찰 수사권이 줄어들면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에서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되고, 검찰이 다시 보완수사를 요청할 경우 검경 간 ‘사건 핑퐁’이 이뤄지게 돼 전체적인 사건 처리 속도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사건이 과거에 비해 더 복잡해지면서 수사가 어려워진 것도 장기미제 사건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주 의원은 “검찰의 장기미제 사건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검수완박 때문”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축소되면서 복잡한 법리 판단을 요하는 사기, 횡령, 배임과 같은 경제 범죄의 수사 지연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