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라고 14회 친구들이 2019년 송년회 때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나같이 정겨운 얼굴들이다.

■ 자랑합니다 - 졸업 40주년을 맞은 전라고 동창생들 <하>

전라고가 2028년 봄 에코시티로 이전하고 남녀공학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지난해 말 들었다. 안정적인 학생 수급과 미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학부모·학생 찬반 투표를 거쳤고 동문 선후배들도 뜻을 함께했다.

몇 년 전 모교 출신 대학 동문 모임에서 왕년에 한 해 20∼30명을 웃돌던 동문 수가 근년에는 한해 1명을 채우기도 버겁다는 얘기를 듣고 선후배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했었다. 대학입시에서 지방 공립고교의 열세는 오래된 추세이고, 대입 성적이 학교의 우열을 가리는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모교가 처한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라고는 당초 전라중·고로 출발해 1968년 개교했다. 중학교와 고교가 분리된 것은 1970년이다. ‘전라고’라는 이름을 듣고 옷을 벗고 다니는 학교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자 이름인 全羅高에서 알 수 있듯 호남을 대표하는 학교라는 뜻이다. 1974년 전주 시내 인후동에 신축 교사를 마련해 이전했다. 공립학교로 교칙이 엄하고 생활지도가 잘 되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학부모들 사이에 생겼다고 한다. 교사들이 대입 지도에도 힘써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 숫자도 늘어났다. 1981년 고교에 입학한 나는 인후동 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다. 한국의 대표 서예가인 강암 송성용 선생이 쓴 교명 현판이 걸려 있던 교문이 지금도 생각난다.

전라고는 1984년 송천동으로 이사했다. 후배들을 통해 전라고가 여전히 ‘사람됨’의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임을 절감하곤 했다. 송천동 시대를 거쳐서 에코시티로 자리를 옮기는 전라고가 시대 변화에 걸맞게 변모하기를 기대한다.

나와 친구들은 이순의 나이 환갑을 앞두고 있다. 나는 50대 초반까지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다양한 교류 활동을 했지만 50대 중후반 이후 활동 폭을 줄이고 있는 편이다. 꼭 함께해야 하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모임 위주로 활동을 제한하고 있고, 이젠 그렇게 하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또래의 동료나 친구들도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특히 나처럼 E보다는 I 성향이 강한 사람은 교류 활동이 많거나 인원이 많은 대형 모임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학 선후배나 직장 동료들은 내가 I 성향인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쓰디쓴 조직생활에 오래 적응한 결과일 것이지만, 가까운 고교 친구들은 내 정체를 정확히 알 것이다.)

수십 명이 모여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여럿에게 안부를 묻는 모임보다 서너 명, 대여섯 명이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모임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친구, 동문과 함께 하는 자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나둘씩 줄여갈 때 마지막에 남는 모임, 60세 정년을 맞고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대외활동을 거의 그만두더라도 끝까지 나가게 될 모임은 아마도 미성숙기의 의리와 정을 나누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내와 자녀 등 가족들과도 별다른 이해관계 없이 만날 수 있는 오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 직장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청바지!!’라는 건배사를 올리곤 했었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그때의 건배사를 오는 11월 2일 졸업 40주년 행사(서울 반포 한강 더리버 컨벤션홀)를 여는 고교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김태현(전라고 14회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