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호권(왼쪽)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지난달 26일 특강을 한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 서울인사이드 -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구민의날에 데니스 홍 초청해
창의력 키우기·부모역할 강연

중학생 뽑아 대만TSMC 견학
“놀이터처럼 과학관 이용해야”

3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구를 ‘과학인재 교육의 메카’로 만들고 있어 화제다.

최 구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으로 공직을 시작했다가 지난 2022년 민선 8기 구청장으로 당선되며 친정으로 돌아왔다. 친정을 떠나 있던 30여 년 동안은 서울시, 대통령실, 주인도 대사관 등에서 근무했는데, 이 기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12년부터 2년여간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관리관과 2017년부터 4년여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재임이다. 언뜻 봐도 그가 ‘과학’과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늘 주민이나 직원들을 대할 때마다 과학을 얘기한다. 구청장으로 돌아와 구정에 과학을 접목한 것은 그의 구정 철학이 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구민의날 기념식에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을 초청해 특강 자리를 마련했다. 데니스 홍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로봇 메커니즘연구소(RoMeLa) 소장으로 로봇공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특강은 최 구청장이 올해 1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데니스 홍을 만난 인연으로 이뤄졌다. 데니스 홍의 경험과 현장 사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과학교육의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사됐다고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영등포구 관내 중학생들이 지난 7월 방문한 일본 쓰쿠바 우주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이날 강연은 ‘다르게 보기 새롭게 연결하기’를 주제로 열렸으며 관내 학생 6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강연에서 데니스 홍은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키우는 다섯 가지 법칙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말한 다섯 가지 법칙은 △창의력은 관찰에서 비롯된다 △여러 분야 사람들과의 소통이 창의력의 원천이다 △호기심이 창의력의 시작이다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등이다. 그는 특히 부모의 역할과 관련해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도록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학원 빠지고 특강 들으러 오길 너무 잘했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최 구청장이 이처럼 과학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그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과천과학관, 인도 총영사 등을 역임하면서 과학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CES를 참관하면서 챗GPT를 개발한 세계적인 인공지능 벤처회사인 오픈AI 본사도 다녀왔는데, 당시 800여 명의 직원 중 인도, 중국, 미국인이 대다수였고 한국인은 8명에 불과하더라”면서 “미래 과학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또 “데니스홍 교수가 어린 시절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면서 “맹모삼천지교처럼 아이들을 과학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데려다 놓는 것이 중요하다. 과천과학관처럼 훌륭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구청장의 과학인재 육성 의지는 구정에도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 과학인재 양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교육재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또 올해 6월부터는 관내 모든 초·중학생에게 과학문화 이용권을 제공했다. 총 2만 명이 연간 3만 원 상당의 혜택을 받으며, 과천과학관 회원권이나 일반 과학문화 이용권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을 글로벌 과학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해외 선진 과학기관 캠프도 운영한다. 지난 7월에는 3박 4일간 우수 과학인재로 선발된 중학생 25명이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본부인 쓰쿠바 우주센터, 일본 국립과학관 등을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오는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는 우수 과학인재 중학생 30명이 대만 TSMC 및 대만 국가우주센터(TASA) 등을 다녀올 예정이다. 이는 미래교육재단에서 운영하는 영등포형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항공우주센터 또는 과학기관 방문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다.

최 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과학인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창의력이고 이는 상상력에서 나온다”면서 “영등포 학생들이 과학관을 놀이터 삼아 언제든 방문하고 데니스 홍 같은 공학박사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과학교육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