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샤넬의 로고다. 샤넬코리아 제공

샤넬코리아, 첫 다이아몬드 스폰서
샤넬X비프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 장률 감독 인터뷰


9일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비프)를 찾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인은 누구일까.



황정민, 설경구, 송중기 등 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스타일까.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조차 ‘먹방’을 선보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일본 배우 겸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일까. 아니면 회고전을 진행한 고(故) 이선균일까.

아마도 모두 틀렸다. 정답은 배우 브래드 피트와 페넬로페 크루즈. 이번 부산영화제에 이들이 출연한 작품은 상영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들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가장 많이 봤다.

매 영화 상영에 앞서 마지막으로 보이는 영상인 샤넬 광고에 이들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샤넬코리아 제공

샤넬 광고가 모든 영화의 상영 전에 나오는 이유는 샤넬이 이번 부산영화제의 최대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2022년 부산영화제와 파트너십 인연을 맺은 샤넬은 올해부터 가장 큰 후원자인 다이아몬드 스폰서를 맡았다.

아울러 여성영화인들을 위해 카멜리아상도 제정했다.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 박찬욱 감독과 찰떡호흡을 선보였던 류성희 미술감독이 처음 이 상을 받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샤넬코리아 제공

샤넬의 부산영화제 지원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샤넬X비프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이다. 2005년에 시작된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아시아 신예 영화인들에게 현직 감독들에게 배우고, 영화제 기간 중 단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샤넬은 2022년부터 이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학생을 지도 중인 장률(왼쪽)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인 장률 감독은 중국 연변 자치주 출신의 조선족이다. 자연히 그의 영화엔 중국과 한국 어디에도 속하기 힘든 경계인의 삶이 녹아있다.

장 감독은 6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서로 공통된 장소, 공통된 사람과 이야기, 공통된 감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영화를 만들어왔던 장 감독에게 두 나라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그리 다르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중국 각지에서 한국인을 만날 수 있고, 한국 여러 곳에서 중국인을 만날 수 있듯 우리의 삶과 감정에는 교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장 감독이 영화를 영화를 시작한 계기는 독특하다. 원래 작가였던 그는 영화감독인 친구와 말다툼 끝에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며 그 길로 연출에 나섰다. 그렇게 찍은 데뷔작 ‘11’로 베니스영화제 단편 부문에 초청받았고, 지금까지 영화를 찍고 있다.

과거 일화를 언급하며 "여전히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장 감독은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엔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크고 무거운 카메라 없이 휴대폰만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젊은 세대들의 시청각 감각은 우리 세대 때보다 훨씬 예민해졌고, 몸의 일부가 됐어요. 여전히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샤넬코리아 제공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 감독은 신예 영화인을 영화의 세계로 인도하는 아시아영화 아카데미의 교장의 적임자처럼 보인다.

연세대 교정에도 선 바 있는 장 감독은 늘 학생들에게 "자신의 감정에 끊임없이 의존하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그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 역시 감정 표현"이라며 "감독이라면 복잡한 기술 작업에만 매진해선 안 되고, 항상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