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경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국가유산청 제공

최근 북한이 우리나라의 국기(國技)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단독 등재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식문화인 ‘비빔’ 등이 중국 지린성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논란에 한경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네스코가 문화유산 등록 제도를 만든 것은 인류가 이룩한 우수한 문화를 지키자는 것이지 서로 갈등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무총장은 "동아시아 3국의 문화는 서로의 뛰어난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발전했다"며 "다채로운 다양성으로 우수함을 인정받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농악’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2014년 등재했다. 2009년 중국이 먼저 등재한 뒤에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다. 반대로 중국이 2011년 ‘아리랑’을 먼저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했으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한국이 2012년에 먼저 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이 인류무형유산 다등재 국가에 해당돼 2년에 한 번, 하나의 문화유산만 등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점도 짚었다. "한국이 2년에 한 번 하는 신청이라면 전략적인 등재 신청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장 담그기’의 등재 여부가 결정 나고 2026년에는 한지에요. 갑자기 북한의 등재 신청만으로 모든 판단을 무르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올림픽조차 태권도를 한국의 국기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의 문화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중국, 일본 또한 한국과 같은 다등재 국가에 해당돼 2년마다 한 가지 종목에 대한 신청만 가능하다.

한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역할을 한국 문화유산 등재에 국한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유럽과 미주, 중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체제라면 인류무형유산은 다르죠.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신설되자 한국이 다등재 국가가 됐다는 점은 한국의 등재 신청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요." 이처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뛰어난 기획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등재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 도움의 손길도 내밀고 있다. 한국위원회가 참여해 등재시킨 외국의 문화유산만 18건에 이른다. 유네스코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중대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봉산 탈춤. 탈춤은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정식 등재 됐다. 국가유산포털

유네스코 내에서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한국의 문화유산을 선제적으로 지켜나가려는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 국가유산청은 2016년을 기점으로 무형유산의 개념을 기술과 장인 중심에서 문화까지 아우르기 위해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국가무형유산 지정 목록의 변화에서 체감된다. 2016년 이후 씨름과 해녀(2017년 지정), 장 담그기(2018년 지정), 떡 만들기(2021년 지정) 등의 공동체 종목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과 중국이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한국 전통 문화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기 위한 기준 중 하나가 ‘관련 공동체, 집단, 개인들의 사전 인지 동의’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등록·지정은 큰 의미를 가진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