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최근 필자가 접한 뉴스 중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27.1%(잠정치)로 전년 대비 2.8%포인트나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국민부담률이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부담률은 국세, 지방세 등 ‘조세 총액’과 국민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액(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금액을 경상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백분율을 구한 값이다. 선진복지국가가 될수록 조세 총액을 경상 GDP로 나눠 백분율을 구한 값인 조세부담률보다 국민부담률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내에서 국민부담률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부터 국민부담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국민부담률 하락 뉴스는 상당히 생소한 일로 느껴진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성장 흐름을 이어왔고, 복지 수준도 지속적으로 향상돼왔기 때문이다. 국민 부담이 줄었다니까 일견 좋은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부담률이 떨어진 속내를 곰곰 살펴보면 마냥 기뻐하기만은 어렵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위기 상황도 아니고, 국민의 복지 수준이 낮아진 적도 없는데 국민부담률이 급락한다는 것은 정상(正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지난해에는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56조4000억 원이나 덜 걷히는 등 조세 총액이 많이 감소한 것이 국민부담률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조세 총액이 많이 줄었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회보험료가 제대로 걷혔다면 국민부담률이 2.8%포인트나 급락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중에서 지속가능한 것은 찾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지난해 3월 내놓은 ‘공적연금개혁과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사학연금은 2043년이면 각각 적립금이 소진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다. 건강보험(기본 전망)은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한 뒤 2028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되고, 2032년이면 누적 적자액이 61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대로 사회보험료를 걷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세금 펑크’까지 겹치자 국민부담률이 급락한 것을 두고 “국민 부담이 줄었다”고 희희낙락할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국민부담률 평균치는 34.2%(2021년 기준)다. 2022년 기준으로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스웨덴(41.3%), 독일(39.3%), 프랑스(46.1%) 등의 국민부담률은 40% 안팎이다.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국민부담률도 34.1%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민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국민부담률 상승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고, 선거 등 정치 행위를 통해 이런 합의가 반영돼야 한다. 이런 과정이 늦어지면 우리나라도 선진복지국가 코앞에서 주저앉았던 많은 나라의 전철(前轍)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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