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명이네’ 탄원서 폭탄

담당 판사들 출신지역·성향 등
커뮤니티서 신상 정보도 공유
법조계 “정치적인 주장과 함께
선처 호소하는 탄원서 역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법부에 ‘탄원서 폭탄’이 답지하는 바탕에는 사법부 판단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검찰을 압박해 온 야당과 이 대표 친위부대가 화살을 사법부에까지 겨눈 양상이다.

4일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위증 교사 혐의 재판에 대해 수십 장의 탄원서가 법원에 답지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 효과가 있지만 정치적 주장과 함께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혐의가 입증된 상황에서는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탄원서뿐 아니라 담당 판사들에 대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 지지성향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 일부 게시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맡은 한성진 부장판사가 국제인권법 연구회 소속 인사라는 점을 명시하며 “제대로만 판결하면 무죄”라고 적었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을 담당한 김동현 부장판사의 경우 “전북 출신인데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색을 운운하기도 했다. 탄원서가 모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민주당은 약 40만 개의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를 담당한 유창훈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혔다.

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사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증인으로 불러 사실상 ‘변론 기회’를 부여했다. 이튿날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다수당이 국회로 법정을 옮기면 헌법이 정한 3심제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는 ‘검사 탄핵’ 명분으로 열렸지만 당사자인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는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에 ‘공판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서’로 재배당을 요청했다. 이 대표 측이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지난 6월 신진우 부장판사가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것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선형·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