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월 20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실증플랜트에서 사업단 물산업실증화처 담당자가 실험장치들을 점검하고 있다.

■ 환경공단,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운영 5년

물산업 관련기업 136개 입주해
정수~폐·하수 전처리과정 연구

5년간 일자리 1만6300개 창출
입주기업 수출액 1066억으로↑

글로벌 물시장 매년 3%씩 성장
우수기술지원 등 해외진출 총력

대구 = 글·사진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올해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기후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짧은 기간 강우가 집중되는 반면 나머지 기간에는 가뭄이 지속하는 현상까지 수시로 이어지며 물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물 산업 시장과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2019년부터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가동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14만5454㎡ 규모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물 산업 관련 기업 136개가 입주해 각종 연구·실험 등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세계 유일 물 기술 실증플랜트는 정수·재이용·폐수·하수 실증플랜트 등 4개 플랜트마다 약 80m 정도의 플랜트가 설치돼 실제와 같은 실험을 가능케 했다. 실증플랜트는 실제와 유사한 수처리 과정을 만들고 기업 제품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이날 정수 실증플랜트에서는 ‘망간 제거 기술’ 시험이 한창이었다. 플랜트 시작 지점에서 물을 흘리고, 중간에 망간 제거 제품을 투입해 플랜트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정수·재이용·폐수·하수 등 4개 실증플랜트의 하루 처리 물 규모는 4000∼5000㎥로 인구 2만5000명 규모의 소형 신도시 전체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소속 박종석 물산업실증화처 부장은 “주요 선진국도 하수처리장과 정수장 일부 시설을 빌려 사용하거나 대형 정화조에서 시험하는 수준이지만 이곳에선 실제 상·하수도처리시설 같은 시험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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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단계 접어든 국가물산업클러스터 =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는 수요자(산학연)가 직접 설계해 실험할 수 있는 수요자 설계구역이 45개소에 달하는데 현재 모든 구역이 산학연 업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요자 설계구역 또한 정수·재이용·폐수·하수시설로 구분되는데, 설계구역당 실험수는 최대 200㎥까지 공급 가능하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00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물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사업에 착수했고, 2016년 사업비 2409억 원이 투입돼 착공에 들어가 2019년 6월 준공됐다. 준공 첫해 44개 기업이 입주한 반면 현재는 지난해 기준 136개 기업이 입주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관련 일자리 수 역시 3000여 명 수준에서 1만6300명 정도로 5배가량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매출액도 2019년 5615억 원에서 지난해 1조4384억 원으로 급등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와 이후에도 입주 기업이 줄지 않은 것은 그만큼 연구 환경이 잘 조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시설은 크게 물융합연구센터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워터캠퍼스, 실증플랜트, 수요자설계구역으로 구분된다. 물 산업은 수질 외에도 중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참여할 만큼 확장성이 크다. 이날 연구센터 내 재료시험부에서는 물의 통로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관’의 강도시험도 벌어졌다. 재료시험부는 역학·피로·수압 등 14개 시험실로 꾸려졌는데, 고무·플라스틱·금속재료 등의 시험을 담당한다. 서유성 재료시험부 차장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플라스틱 관들은 수명이 20∼30년 안팎인데 국내 기술진이 만든 관은 50년 이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센터 내 수질검사는 바이러스·원생동물·표준재료 등 8개 분야에서 663개 항목까지 가능한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시험이 가능하다. 이곳에 투입된 장비만 173종, 329대에 달한다.

◇커지는 물 산업 규모, 세계 시장 도전이 과제 = 영국의 물 산업 전문기업 GWI는 지난해 세계 물 시장 규모를 1351조 원으로 추정했고, 매년 3%씩 성장해 오는 2027년까지 약 1376조 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물 산업 규모는 49조 원이며, 관련 수출액은 2조 원 정도다.

정부는 커지는 물 산업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을 통해 기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단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 △물관리기술 혁신 선도 △물 분야 전문인재 발굴 및 양성 △해외 진출 활성화 프로젝트 구축 등 네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기업들의 수출액은 준공 첫해 206억 원에서 지난해 1066억 원으로 5배 규모로 늘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국내 물 산업 기업 상당수가 중소규모 스타트업(창업기업)으로 관련 산업에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기술이 커지는 만큼 사업단은 해당 기술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한국환경공단·한국수자원공사·한국물기술인증원·물산업협의회·유네스코 등 5개 전문기관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물 산업 전문인력 5849명을 배출했으며, 인력 교육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특히 우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 물 기업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워터 스타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클러스터 내 기술·시험 환경은 조성됐고 기업들의 기술력 또한 상당한 수준에 있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국내 대기업과 연계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