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전승훈 기자

■ 초·중생 노리는 성범죄 확산

2019년 69건 → 작년 637건‘쑥’
미성년 성매수 올 최고치 전망

채팅앱 접속하니 “미자도 OK”
10분간 메시지 10통이상 쌓여
전문가 “플랫폼 감시 강화해야”

초등학생·중학생 등 10대 초·중반 청소년을 ‘성적 먹잇감’으로 노리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범죄가 최근 5년 동안 10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의 상당수는 SNS·채팅을 매개로 한 성 매수와 동반해 발생하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9건에 불과하던 미성년자 의제강간 범죄는 지난해 637건에 달해 5년 사이 823% 증가했다. 올해 역시 8월까지 422건이 발생해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일반 성범죄는 상대의 동의가 있으면 처벌하지 않지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관계나 추행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범죄로 간주(의제)해 처벌한다. 13세 미만은 성관계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유효한 동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N번방 사건’ 이후론 성인이 16세 미만에 대해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하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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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24일 X와 익명 채팅 앱에 미성년자 대상으로 ‘용돈을 주겠다’며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메시지들이 올라와 있다. SNS 캡처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주요 계기가 되는 ‘미성년자 성 매수’도 크게 늘고 있다. 2019년 185건에서 2023년 372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8월까지 339건 발생해 연말까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성인과 달리 미성년자 성 매수는 대부분 익명 채팅 앱과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다. 여성가족부의 지난해 연구용역보고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미성년자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2913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성 매수 93.5%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기자가 ‘미성년자 조건 만남’이 횡행한다고 알려진 한 채팅 앱에 접속하자, “키·몸무게·가슴, 프사(프로필사진), 위치, 금액 알려달라”는 메시지가 곧바로 날아들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미자(미성년자)라도 괜찮다”며 성매매를 유도했다. 앱에 접속한 지 약 10분이 지나자 이런 메시지는 순식간에 10통 이상 쌓였다. 이 앱은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오가는 대화는 이처럼 성매매를 암시하거나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내용이 많았다. 인스타그램과 X 등 SNS에서도 미성년자 연령대를 암시하는 특정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용돈을 준다는 등 성매매 대상을 구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연령대를 성인으로 밝히면서 술이나 담배를 ‘댈구’(대리구매)해 준다거나, ‘스폰’을 해 준다는 명목으로 중·고등학생을 유혹하는 내용이었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미성년자들이 온라인에서 성매매 등에 노출되고 있는데, 사적 대화를 확인하기 어려워 수사에 한계가 있다”며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에 관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폭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는 물론 플랫폼 업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재연·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