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윤석열 정부는 국정 과제로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면서 인기를 얻는 것은 매우 힘들다. 손해 그룹은 강력히 저항하고, 이익을 보는 다수는 침묵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자는 현재의 여론보다 역사의 평가를 무겁게 느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 구조가 변화하고 있어, 개혁만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공무원의 탁상공론으로 국민은 혼란스럽고, 개혁 이후의 상황을 예견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악화했다. 개혁정책은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현재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예견됐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권마다 저출산을 빌미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문제는 악화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고, 현재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금 아무리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향후 30년의 인구 상황은 확정됐다. 경제는 저성장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인력 수급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지금은 적응 정책이 필요한데, 복지부동 공무원들이 과거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국민연금 제도를 근본부터 흔든다. 국민연금을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부 안(案)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논란이다. 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고, 세대 간 공정성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유일한 제도는 확정기여형 제도다. 야당에 발목이 잡힌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야당 주장에 편승하고 멋대로 수익률을 올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적든 많든 확실한 노후 자금이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주면 좋아할 것이란 오해가 빚어낸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개혁도 시대적 소명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불확실성만 키웠다면, 의료개혁안은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본연의 목표에 한 발도 다가가지 못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필수의료 서비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찾기 힘들다. 의료수가를 조정한다고 해서 환자가 없는 지역에서 필수의료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10조 원을 투입하겠다지만, 결국은 국민 부담이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가져올 미래가 어떤 것인지 국민은 모른다.

교육개혁을 위해 정부는 다양성 확대, 선택권 보장 등의 원칙을 제시했지만, 정부의 안은 국가가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 안착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방 대학 혁신은 수십 년간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목만 바꿔 내놓은 정책일 뿐이다. 교육이 어떻게 개혁된다는 것인지 국민은 답답하다.

노동개혁도 꼭 필요하다.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을 강조한 개혁 방향은 옳지만 실천 수단이 일방적이다. 선택권은 노사가 함께 가져야, 합리적 노사관계가 균형 있게 발전한다. 이미 근로자는 충분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일부 노동자의 과잉보호가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져왔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없다.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한 정책에 책임 있는 사람 중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4대 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다. 무사안일과 탁상공론에 책임 있는 공무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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