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출하량 감소 속 순이익 넘어서는 투자에 업계 고심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에도 올해 계획한 설비 투자를 대부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설비 투자 계획 6076억 원 중 현재까지 5892억 원을 집행해 달성률이 97%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설비 투자액이 애초 계획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올해 에너지 절약·공해방지, 환경·안전 등을 포함한 합리화 설비 투자에 전체의 85%에 해당하는 4085억 원이 책정됐다. 이런 설비 투자는 탄소 중립 조기 달성을 위한 조치다. 이 외 생산설비 투자에 376억 원, 연구·개발(R&D) 설비 투자에 22억 원 등이 배정됐다.

시멘트협회는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시멘트 출하 급감과 재고 급증에도, 제품 생산 중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낮추기 위한 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시멘트업계는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기준에 맞춰 오염물질 저감 시설 등을 도입하기 위해 최근 수년 간 설비 투자 재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3429억 원 수준이던 설비 투자 규모는 올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앞으로 설비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설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투자액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재원 확보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한 반면 재고는 15.6% 늘었다. 하반기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과 주요 원부자재 가격 급등도 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기요금은 시멘트 제조원가 중 유연탄 조달 비용과 함께 원가 비중이 가장 크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상반기에 회원사들이 3194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설비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순이익을 사실상 설비 투자에 모두 투입한 셈"이라며 "연간 순이익을 넘어서는 투자를 집행해야 해 회원사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시멘트협회에는 삼표시멘트, 쌍용C&E,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