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경호(앞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앞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한 뒤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복지부 장차관 경질 촉구…여당 내에서는 신중론도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동참을 위한 명분으로 여야에서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관되게 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내에서도 장차관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식으로 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내지도부와 상의해야 하는데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며 "의료대란 핵심 원인제공자이고 당연히 책임질 대상자"라고 답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방해가 되는 조건들이 있다면 정부로서 과감하게 보건복지부 행정 책임자들에 대해 물러나게 하고 협의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것 자체가 대통령께서는 국민들한테 과오가 있었다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의료계가 협의체 대화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주기 위해 장차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의료계를) 여야의정 협의체에 어떻게든 참여시키려면 융통성을 보여줘야 된다"며 "차관 정도는 스스로 고민을 좀 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김재섭 의원, 김종혁 최고위원은 박 차관 교체를 공개 요구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전공의들이 공적으로 내세운 차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장차관 경질이 대화의 선조건은 아니지만 의료계가 대화테이블에 앉으면 이를 포함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친한계(한동훈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장차관 경질이 안돼서 지금 의료 대란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니다"며 "정부가 대화를 시작할 정도의 대안은 제시하고 의료계가 논의 테이블에 들어오면,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등을 포함해 장차관 교체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관련해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경질이 의정갈등 핵심 문제나 의료계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직후 "지금은 의료계와 소통,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통해서 현실적인 의료개혁 방안에 관해 논의를 해야 할 단계"라며 "지금 사과나 책임, 거기에 따른 민사 조치를 거론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장차관 경질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보름·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