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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통과에도 현장처우 열악
의사 업무 맡아도 지도 안해줘
“전공의 ‘땜빵’ 취급에 회의감”

‘진료지원(PA) 간호사 당직실 사용 금지.’

최근 서울 지역 한 대학병원 의국에 붙은 공지(사진)다. 지난 2월 의료 사태 이후 이 병원은 전공의 90% 이상이 현장을 떠났고, 전공의 업무 상당수를 PA 간호사들이 떠안았다. 그럼에도 의국은 이들에게 사실상 텅 빈 당직실을 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PA 간호사는 “교수들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전공의들만 제 자식처럼 싸고돌고, 정작 그들의 업무를 대신하느라 죽어가는 PA 간호사들에겐 최소한의 대우조차 해주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간호법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PA 간호사의 지위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잠시 대신하는 ‘임시 땜빵’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PA 간호사 A 씨는 “업무는 산더미같이 떠넘기면서 정작 간호사들이 잠깐이라도 쉴 공간조차 마련해주지 않는다”며 “교수들부터 간호사를 같은 의료인으로 봐주지 않는데, 법이 생긴다고 해서 처우가 나아질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대형병원 PA 간호사 B 씨도 “봉합 수술부터 식도 호스 삽입까지 기존에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PA들이 하는 중인데, 지도를 해줘야 하는 교수들은 뒷짐만 지고 있어 해외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PA 간호사들은 의사의 업무가 과도하게 넘어오지 않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 씨는 “어느 순간 수술 동의서 서명란에 전공의 대신 PA 간호사의 이름을 적도록 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추후 시행령으로 이들의 업무 범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PA 간호사들은 지난 5개월 사이 60% 이상 급증해 현재는 전국에 1만6000여 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