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현일 ‘맘단지(해와 달)’, 76×47㎝, 장지에 진채, 2021.

벌써 과일값, 채소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걸 보고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걸 느낀다. 점점 명절에 무덤덤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기대로 설렌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릴 적 추억들 가운데 명절의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두둑한 주머니로 해야 할 노릇만 아니라면야 마음껏 들떠도 좋을 터.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명절은 정신적인 신줏단지가 아닐까. 먼 타국에서도 고유의 명절을 지키는 건, 정체성의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농경시대의 단지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정체성과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민화적 영감을 동시대인들에게 전달하는 화가 김현일의 강렬한 ‘맘단지’도 그 일면이다. ‘마음’과 ‘엄마’의 중의로 보이는 ‘맘’의 뜻은 이 땅의 역사와 원형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 땅에서의 풍요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께서 피와 땀으로 일군 결실이다.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람의 조화로운 관계에 의한 정신적 풍요가 전제됨을 역설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