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6일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열린 ‘시가 흐르는 자문밖 예술마을 게시판’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정호승 시인,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종로구 제공

■ ‘자문밖 예술마을’정류장에 시인 정호승 작품 2편 게시

“예전 학창시절 떠올리면서
현재 삶 돌아보는 기회되길”

종로구‘시 있는 삶 사업’일환
이근배·김남조 이어 세번째

“버스 타기 전, 시의 한 행이라도 가슴속에 품고 타면 좋겠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 구기터널 인근 삼성출판박물관 맞은편 버스정류장 게시판에 걸린 자신의 시를 바라보며 정호승 시인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상을 공유하는 장소인 버스정류장에서 시를 공유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정문헌 종로구청장,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가 흐르는 자문밖 예술마을 게시판’ 제막식이 열렸다. 자하문 바깥을 의미하는 별칭 ‘자문밖’은 종로구의 구기동, 부암동, 신영동, 평창동, 홍지동을 말한다. 이곳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다수 모여 있고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거주해와 자생적 문화예술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게시판에는 정 시인의 시 두 편(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걸렸다. 정 시인이 제공한 친필원고를 종로구가 편집, 새롭게 디자인해 게시했다.

개인적 서정을 쉽고 간명한 시어와 인상적인 이미지에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 정 시인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으로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아왔다. 특히 그의 시에는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는 평소 소신이 묻어난다. 정 시인은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시 두 편을 선정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읽게 될 것”이라며 “자기가 경험했던 시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시인은 승객들이 자신의 시를 읽은 후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타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한 구절인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에서 자기 삶의 그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막식에서 정 시인은 게시판에 게시된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종로구는 2022년부터 예술마을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구기동 구기터널 인근 삼성출판박물관 버스정류장에 시인의 친필 시를 게시하고 있다. 주민들이 시문학을 가깝게 접하며 일상에서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도록 하면 좋겠다는 김종규 관장의 제안을 정문헌 구청장이 받아들여서 시행하고 있다. 최초 작품은 이근배 시인의 ‘서울의 어머니’였다. 뒤이어 김남조 시인의 ‘바위와 모래’ ‘사람, 된다’가 걸려 있었다. 이 시들은 현재 종로문학관에 보관 중이다. 정 시인의 시도 향후 이곳에 보관될 예정이다. 종로구는 이 일대가 보유한 풍부한 문화예술자원을 활용해 ‘자문밖 창의예술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