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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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폭염에 지친 국민을 위로했다. 올림픽 성적표가 메달이라면 기업의 성적표는 재무제표다. 최근 발표된 한국전력의 성적표는 어떨까.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2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만 보면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9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쌓인 누적적자, 부채 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이다. 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국가대표인데 최근 올림픽 국가대표의 성적과 비교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전은 그동안 국내 전력산업과 에너지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중동·중남미·동남아시아 등 국외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맹활약해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당당히 겨루어 원전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송전망 건설사업 수주 등 탁월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우리는 통상 기업의 재무실적을 평가할 때 연결 실적에 주목한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었고 기업의 거버넌스도 점차 복잡해진 탓이다. 하지만 필자는 한전의 별도 실적에 더 주목한다. 공시 기준에 의해 한전은 발전 자회사를 포함한 다른 자회사의 실적까지 포함하여 연결 재무실적을 공시하지만 이는 한전이 수행하고 있는 송배전망 사업과 판매사업의 재무적 성과를 충실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롯이 한전의 본연사업인 망사업과 판매사업의 실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재무실적을 보아야 한다. 전기요금의 원가와 한전이 발행할 수 있는 사채 한도를 별도 재무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런데 올해 2분기 한전의 별도기준 손익실적은 매우 염려스러운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928억 원으로 불과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으며 사채 및 차입금 증가에 따른 막대한 이자비용이 더해져 당기순손실은 4562억 원을 기록했다.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국제 연료가격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한전 재무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없이 향후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폭증에 대비할 수 있을까? 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의 적기 전력공급을 위한 망 투자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UAE 원전 수주와 같은 금메달 쾌거를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연결기준 4분기 연속 흑자라는 숫자에 현혹되어 전기요금 정상화 속도를 늦춘다면 전력산업, 나아가 에너지산업의 건강과 발전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의 국가대표 한전의 재무위기는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