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불닭볶음면 리콜 해제 조치를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불닭 마스코트 ‘호치’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식약처, 수출장벽 허무는 ‘규제외교’ 눈길

“캡사이신 함량 높아 중독위험”
덴마크, 불닭볶음면 리콜조치
대표단 파견해 오류 바로잡아

EU “한국산 라면서 유해물질”
정부의 신속대처로 조치 풀어
“기업수출 애로사항 적극 해결”

지난해 라면 수출액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치류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에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며 수출액이 전년 대비 45.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류 열풍으로 K-푸드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수출국에서는 자국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검사를 강화하거나 수입금지 조치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식품 분야의 규제는 자국민의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수립한 정책인 만큼 개별 수출기업이 해외 규제기관을 상대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 식품이 규제를 받을 경우 뛰어난 규제 외교로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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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로 덴마크 불닭볶음면 리콜 결정 한 달 만에 철회시켜 = 지난 6월 11일 덴마크 정부는 한국산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한 회수 조치를 내렸다. 총 캡사이신 함량이 높아 제품을 섭취한 소비자가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는 소식을 듣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덴마크 정부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거나 무역장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덴마크의 위해평가보고서를 입수했다. 식약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한국식품산업협회 소속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을 통해 실제 조리 후 섭취하게 되는 캡사이신 함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이 매운맛을 계량화한 스코빌 지수를 캡사이신으로 환산해 평가했으나 계산식에 오류가 있어 실제 캡사이신 총량보다 높은 수치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덴마크에 정부 대표단을 즉시 파견하고 지난달 3일 덴마크 수의식품청에 총 캡사이신 함량 등 과학적 자료를 제공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식약처가 제공한 새로운 정보를 근거로 위해평가를 다시 진행했고 총 캡사이신 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덴마크 정부는 회수 조치 한 달 만인 지난달 12일 3개 제품 중 2개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를 철회하고 덴마크 내 판매를 재개했다. 김성곤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규제기관 간(R2R·Regulatory to Regulatory) 협의를 통해 국내 업계의 수출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결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식품 안전을 위한 국제 협력과 적극적인 규제외교를 통해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등 우리 기업의 수출에 애로사항을 해결하여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라면 규제 해결해 EU 라면 수출액 68% 급증 = 식약처가 유럽연합(EU)의 한국산 라면 규제를 해결한 후 지난해 EU 라면 수출액은 1억1600만 달러(약 1583억 원)로 전년 대비 68.3% 증가했다. 2021년 8월 EU로 수출한 한국산 라면에서 에틸렌옥사이드의 반응산물로 생성될 수 있는 2-클로로에탄올이 검출됐다. 이에 EU는 에틸렌옥사이드 관리강화 조치를 2022년 2월부터 시행했다. EU는 라면 수출 시 에틸렌옥사이드 최대 잔류 수준 규정의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공인시험·검사기관의 시험·검사성적서와 한국 정부의 공식증명서 제출을 요구해왔다. 식약처는 EU 보건식품안전총국과 영상회의를 개최하고 현장에 대표단을 파견해 국내 라면에 대한 안전관리 정책을 설명했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수입되는 한국산 라면에 대한 에틸렌옥사이드 관리 강화 조치를 해제했다. 18개월 만에 규제를 해소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EU의 관리 강화 조치 후 18개월 만에 해제를 통보받은 국가는 약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삼계탕, 27년만에 EU 진출… 사골육수는 캐나다 수출 재개

축산물 해외규제도 해소 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축산물 분야에서도 국내 식품업계의 수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있다. 삼계탕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27년이 걸렸는데 식약처가 까다로운 해외 규제를 해소하도록 지원했다. 12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삼계탕 8.4t이 독일로 수출됐다. 유럽연합(EU)으로 향한 첫 물량이다. 정부는 1996년부터 삼계탕 등 열처리 가금육을 EU로 수출하는 것을 추진했다. 1998년 EU 측의 국내 현지 실사가 진행됐지만 당시 국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미운용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정부는 2013년 EU에 삼계탕 수입 허용 절차 재개를 요청했다. EU는 식약처가 제출한 가금육 잔류물질 프로그램을 평가한 뒤 요구사항이 대부분 충족됐다고 했지만 수출작업장 등록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위생 및 식물위생(SPS)회의에서 여러 차례 EU 측에 조속한 수입 허용 절차 마무리를 요청했다. 식약처는 가금육에 대한 수입 허용 국가 등록을 유지하기 위해 EU가 요청하는 잔류물질 프로그램 자료를 매년 제출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수출작업장이 등록돼 삼계탕이 EU 27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엔 캐나다 수출이 중단됐던 조미료, 사골육수 등 쇠고기 함유 식품의 수출이 재개됐다. 동물성 원료가 사용된 쇠고기 함유 식품은 별도 규제 없이 캐나다에 연평균 44억 원 수준으로 수출됐다. 캐나다 정부가 위생검역관리 강화를 추진하며 수출국 정부의 식품위생관리 방법과 위생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입 규제가 강해지며 2020년 11월부터 수출이 중단됐다. 식약처는 캐나다 식품검사청에 지속적으로 수입 허용을 요청하고 국내 식품 안전관리 제도와 수출관리체계 등 평가 자료를 신속히 제출했다. 캐나다 식품검사청은 지난 4월 국내 쇠고기 함유 식품 제조업체 3곳을 수출제조업체로 등록하고 수출을 허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요 교역국과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