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 겸 대한양궁협회 회장이 3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이 끝난 뒤 양창훈 감독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3년 고 정주영 회장 지원
정몽준 회장이 초대회장 맡아
“선수·양궁협회 서로 신뢰한 덕분”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선대 회장님이 만든 시스템,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 양궁에 큰 힘을 실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현대차그룹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4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청주시청)이 금메달을 획득했고 남녀 대표팀은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정 회장은 개인전 시상식이 끝난 뒤 “선수들이 스스로 꿈을 이뤘고, 선수들 본인이 가진 기량을 살려 이 모든 걸 이뤘다는 게 제일 기쁘다”면서 “처음부터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선수와 협회가 서로 도와 잘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파리올림픽 기간 35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일반석에 앉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에도 경기장을 지켰다. 대표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나면 가장 먼저 정 회장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정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직접 파리에서 대표팀 숙소를 둘러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정 회장은 “오늘 결승전에서 보신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 또 아시아에도 워낙 잘하는 국가가 많다. 그래서 저희도 긴장을 많이 했다. 이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회와 우리 선수들, 그리고 우리 모든 스태프의 믿음이다. 서로 믿고 했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확인한 배경에는 현대가(家)의 양궁 사랑이 큰 힘이 됐다. 고인이 된 정주영 창업주는 한국 양궁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1983년 국궁과 양궁을 분리했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초대 대한양궁협회장에 추대됐다. 이후 1985년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아들인 정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40년 넘게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단일 스포츠 종목 후원으로는 최장기간이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가 양궁을 처음 시작하게 됐을 때 노력하셨던 선대 회장님도 계시고, 양궁협회 시스템이 그때부터 만들어졌다. 그 전통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시선은 벌써 4년 뒤 2028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LA로 향해 있다. 정 회장은 “LA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곧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분석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